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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5]577만원으로 보는 '대의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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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55]577만원으로 보는 '대의 민주주의'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6.11.21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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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점심시간에 맞추어 국회 정문 앞으로 나가야 한다. 내년도 지역아동센터들이 운영할 수 있는 기본 운영비를 올려달라고 1인 시위를 하기 위해서이다.

지역아동센터의 운영비는 서울시가 아니라 복지부에서 직접 예산을 편성해 준다. 그런 이유로 일단 의원님들이 국회에서 먼저 나라 전체의 예산을 정해주셔야 비로소 내년에는 어찌될지 그 나머지 구체적인 상황들을 뒤따라 알 수 있게 된다. 벌써 언제부터 한 사람씩 자청을 해서 쳐다봐줄 이가 있을까 싶긴 하지만 찬바람을 맞아가며 국회 정문 앞에서 읍소를 하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이런 일은 참 싫다. 물론 아예 관심도 두지 않을 사람이 태반이겠지만, 또 그렇게 아무도 봐주지 조차 않으면 그대로도 애가 타는 일이니 이래저래 싫다. 남의 이목을 끄는 것도 부끄럽고 그렇다고 무관심도 곤란하니 가기도 전에 한숨이 만발이다.

하지만 더 이상 이런 상황으로 버티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는 매달 577만원의 운영비를 받았다. 그 중에서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비로 57만원의 정해진 최소한의 금액을 쓰고 나면 대략 520만원이 조금 못 되는 금액이 남는다. 이것으로 나를 포함한 종사자 3명의 인건비와 공공요금 등의 센터운영비를 모두 해결해야 한다.

올해 종사자 3명의 급여 총액은 월470만원이었다. 올해 갓 들어온 새내기 종사자를 제외하면 10년이 넘게 근무한 나와 근 5년이 되어가는 고참 종사자의 급여를 모두 합친 것인데도 금액이 겨우 그 정도다. 물론 벌어먹고 사는 일의 엄중함을 따진다면 이것도 평균 155만원이 조금 더 되는 금액이니 아주 몹쓸 정도는 아니라 해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어쨌건 자격을 갖추고 일정한 연수를 넘긴 사람들이 받아가기에는 절대 넉넉한 급여는 못된다. 더욱이 앞으로도 그 선에서 별로 달라질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그것이 더 암담한 일이기는 하다.

그나마 그 정도도 구로구에선 거의 가장 나은 급여 수준일 것이다. 올해는 정말 한 푼도 물샐 틈 없이 써보겠노라 각오를 다지면서 두 눈 질끈 감고 급여를 올린 게 그 정도다. 여기에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토요근무를 하고 받아가는 월 10만원의 토요수당과 설과 명절 때 상여금이라고 만든 각 30만원씩을 합한 60만원을 합하여 종사자들은 1년을 살아간다.

급여를 이렇게 조금이라도 현실화하고 나서 가장 감당이 안되는 것이 사회보험료와 퇴직금의 비용이다. 둘을 합한 금액이 거의 70여만원에 이르니 그나마 구로구에서 월 38만원을 사회보험료에 보태라고 지원해주지 않았으면 달마다 정말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격월로 10만원을 훌쩍 넘게 나오는 수도세와 달마다 내야하는 전기, 가스, 통신, 우편요금 등등의 공과금은 눈이 휙휙 돌아가게 한다. 더욱이 차량 보험료까지 100여만원이 넘게 나오다 보니 결국 내 급여의 일부는 아직 지급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후원금 등에서 감당해야 하는 월세 등등까지 합하면 센터 운영이 정말 맵짜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뭐든지 아깝고 아쉽다. 주어다 쓰고 얻어다 쓰고, 다른 이들이 괜히 여유로워 보일 때 위축되는 마음은 할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되어 간다.

그런데 몇 백억이라니 말이다. 그게 얼마나 어떻게 되는 돈인지 가늠도 안될 지경이다. 기사를 보니 문제의 인물이 자기와 다른 이의 건강을 돌보려 휘트니스센터 연간회원 가입 건으로 현찰로 손쉽게 지불한 돈이 우리 월 운영비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누구는 권력을 등에 업고 그렇게 떵떵거리며 남의 돈으로 호사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바로 나의 현실이니 정말 입맛이 쓰다.


그러고도 나를 대신한다고 하고, 나를 계속 다스려주겠다니 그도 참 할 말이 없다. 아마 내가 어디가 크게 못난 것은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야 어째 이런 말도 안되는 꼴이 계속 되는 것이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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