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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14] 그림책으로 만나는 이웃 <보담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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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14] 그림책으로 만나는 이웃 <보담책방>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6.09.05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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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맛있는 도전'
몇 년 전 소개된 '그림책꽃밭'(구로타임즈 509호 참조) 회원들은 2014년 마을사업으로 그림책 관련 공개강의에 참여하면서 '글짓기와 글쓰기는 다르다. 글을 지어내지 않고 사실을 잘 살펴보고 써야한다. 그러면 나를 마주보고 남을 잘 볼 수 있다. 감동과 교훈을 담은 글쓰기를 하다보면 결국 글짓기가 글을 못 쓰게 하고 싫어하게 하는 요인이다. 관찰과 사실을 기록하는 글쓰기를 통해 삶을 가꾸어야 한다'는 내용에 크게 공감했다.
 
이에 도전 받은 1, 2기 3명의 회원은 '삶을 가꾸는 글쓰기로 책 만들기'를 할 마을 주민을 공개모집했다. 그 결과 30명 정도 신청했는데 신청자 중에는 그림책꽃밭 3기 회원도 있었다. 이 중 성인 9명, 아이들 6명이 최종적으로 총 21권의 책을 출판하면서 지난해를 마무리했다. 올해 다시 2기를 공개모집해 '보담책방'이라는 모임명으로 1,2기가 함께 활동 중이다. '보담'이란 '보다'의 방언으로 어느 누구보다 더 나은 삶을 살라는 뜻에서 이름 지었다.
 
월 2회 오프라인 모임과 개별적으로 쓴 그림과 글은 온라인 카페에 올려 서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월1회는 어른회원들의 모임으로 그림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함께 나누며, 그 해 작업 중인 책을 보여주고 다듬는 시간을 갖는다.
 
두 번째로 아이들과의 모임은 평일 저녁으로 어른과 어린이 회원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고 그림책 낭독하기,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소개하기, 텐트 속에서 옛이야기 듣기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통한다.
 
학교에서 예술강사(애니메이션 부문)로 활동 중인 김의정(39, 고척동) 씨는 그림책 공부를 하고 싶어 강의를 듣다가 보담책방 모임까지 하게 되었다. "사실 제가 책을 완성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서로 시간을 정해 놓고 작업을 하니까 되더라고요. 올해는 12살 소녀가 두 발 자전거에 도전하는 모습을 통해 아이가 독립하는 과정을 그려나갈 거예요."
 
권은희(41, 오류동) 총무는 "잠시 살 생각으로 이사를 왔는데 책모임을 하면서 좋은 이웃을 많이 알게 되었다. 부담 없이 서로 따뜻하게 대하는 모습에 그냥 쭉 살기로 했다"면서 자신도 아이도 마을에서 좋은 추억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흥부네작은도서관(오류동)에 그림책 200권을 기증하기로 한 이남지(54, 개봉동) 씨는 그림책을 사랑하는 논술교사다.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책을 발표할 때 세상 가장 진지한 모습에 놀라웠다. 또 중학생이 초등학생 동생들에게 텐트 속에서 책을 읽어줄 때 엄마들이 읽어줄 때보다 더 집중하더라"면서 "마을과 연계된 모임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한다. 한 마을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이야기했다.
 
광명에서 오류동까지 오가며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신동주(38) 씨는 작년에 '엄마와 세은이의 책 만남'이라는 책을 썼는데 당시 4살인 딸이 스무살이 되었을 때 꼭 읽었으면 좋을 책을 미리 소개했다. "세월이 흘러도 딸과 함께 책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썼다"고 책을 쓴 이유를 귀띔했다.
 
"회원 중에 그림이 제일 서툴다"고 이야기하는 김진희(42, 오류2동) 씨는 한 장 한 장 그림을 그릴 때마다 5번씩 고치고 또 고치면서 신경을 쓰느라 두통약을 먹어가면서까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시장에서 이모를 잃어버렸어요'는 6살 때 대구 서문시장에서 이모를 잃어버렸다가 찾았던 경험을 그림책으로 만들었다. 어린 시절 겪은 가장 큰 사건이어서 남겨두고 싶었고, 나중에 손자가 생기면 이 그림책으로 할머니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것이란다.
 
고척동에 사는 김연주(37) 씨는 "책을 만든다는 것은 하나의 치유 과정 같았다. 자신의 마음에 담겨 있던 오래도록 해결되지 않던 두려움, 미움, 불안들을 자꾸 꺼내놓고 바라보고 다듬다 보니 더 이상 두렵거나 아프지 않다는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판매목적도 아니고 봐주는 사람도 없지만 제본 된 책 한권으로 함께 성장한 가슴 뻐근한 기분이다. 우리는 또 그 기쁨을 맛보기 위해 올해도 모임을 꾸리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 맛은 멈출 수 없는 '함께 성장하는 맛'이라고 강조했다.
 
권은희 총무는 "더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삶을 가꾸는 글쓰기로 오늘을 즐기고 더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 하루하루가 쌓이고 쌓여 행복한 나, 건강한 마을, 아름다운 고향으로 발전해 가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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