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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독자 칼럼] 구로타임즈 '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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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독자 칼럼] 구로타임즈 '1000호'
  • 구로타임즈
  • 승인 2023.11.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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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타임즈 1,000호가 발행됩니다. 

독자님은 구로타임즈가 1,000번의 신문을 엮어내는 동안 몇 번이나 등장하셨을까요? 한 번도 등장하신 일이 없다구요?.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중심으로 기사가 작성되는 구로타임즈에 독자님의 이야기가 한 번도 등장한 일이 없다는 말씀이지요?.
 

그럼 독자님께서는 그만큼 무탈한 시간을 보내신 까닭일까요?. 사실이 정말 그랬었기를 소망하면서 그렇게 지나간 시간의 고마움을 되새겨 봅니다.

1,000일이라는 수는 어릴 적 읽었던 동화 '천일야화'를 떠올리게 합니다. '아라비안나이트'라고도 불리는 그 동화에서는 신혼의 첫날밤을 보내고 나면 왕비의 목숨을 빼앗는 비정한 왕이 등장합니다. 

주인공 셰라자드는 그런 왕과 막 혼인을 하여 자신의 목숨을 스스로 구해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섰습니다. 지혜로운 셰라자드는 그 유명한 신밧드의 모험으로 시작하는 1,000일의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으로 왕을 끌어들여 마침내 자신을 구해내게 됩니다. 

셰라자드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서 왕은 그녀를 '하루만 더, 하룻밤만 더' 살려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세상 이치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엮어내는 그녀를 만나게 되면서, 비로소 왕은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를 생각해보게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우리 인간이란 '좋은 이야기'를 갈구하고, 또 '좋은 이야기' 속에서만 비로소 더 잘 살아갈 수 있는 존재란 것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왕이 이런 비정한 결정을 내리게 된 것도 주변에서 최초에 왕비의 행실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왕을 부추긴 탓에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좋지 않은 이야기와 어울릴 때 결국 우리는 한없이 어리석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셰라자드는 1,000일의 이야기를 들려준 뒤 왕의 변화를 목격하게 됩니다. 구로타임즈도 1,000호의 신문을 발행한 뒤 그런 멋진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을까요? 

혹시 놀랍도록 예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던가 아니면 까무러치게도 혹시 더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았을지 걱정입니다. 

우리는 역시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변하는 동화와 신화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는 아니기에 하는 말입니다. 

즉, 구로타임즈의 1,000호를 셰라자드의 1,000일과 손쉽게 나란히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예를 들면, 셰라자드는 단 한 명의 왕만을 만족시키면 그만이지만, 구로타임즈는 결코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합니다. 

구로타임즈는 이해관계가 다양한 독자를 만족시켜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또한 일상을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살아가는 지역민들이기에 그들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는 데 더 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셰라자드는 마음껏 이야기를 꾸며낼 수 있지만 구로타임즈는 현실에 굳건히 발을 디디고 서야 한다는 점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셰라자드는 신밧드의 모험과 같은 꿈같은 이야기를 얼마든지 엮어낼 수 있었지만, 구로타임즈는 우리 지역에서 벌어지는 우리의 생생한 현실로만 1,000호를 엮어와야 했습니다. 

그런 현실은 셰라자드의 이야기처럼 양탄자를 타고 다니며 기적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되는 그런 손쉬운 과정이 아님에 자명합니다. 현실은 소중하지만 비루할 수 있기에 하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역 신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그런 신문을 1,000호나 함께 하면서 우리도 셰라자드가 상대해야 했던 왕처럼 더욱 더 올바른 판단을 하게 되고, 보다 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화해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1,000회를 함께 견뎌낸 구로타임즈에게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런 구로타임즈 속에서 당신을 만나고 싶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오랜 이웃으로 조용히 살아오신 당신의 이야기를 구로타임즈에서 뵐 그 날을 기다리며 오늘 1,000호를 새삼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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