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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학교와 교사는 어디에 도움요청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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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제, 학교와 교사는 어디에 도움요청해야 하나
  • 조진희 (서울하늘숲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3.09.18 1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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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청과 구로구의회의
혁신교육지원조례 전면개정은
10여년 구축 된 교육네트워크 '붕괴' "

 

십수 년 전 근무한 구로구내 ㅇ초등학교는 사회적 배려계층이 많았다.

담임을 맡은 2학년 어린이가 비행을 일으키면서 속을 썩이는데 보호자와의 소통도 어려웠다.

수업이나 방과후에 맞거나 물건을 잃어버리고 울고불고, 교실은 엉망진창이었다.

멘붕이 된 나를 도와준 곳이 학교 인근의 복지관이었다.

'아, 학교밖 기관이 도와주면 이렇게 학급이 평화로워질 수 있구나!'

천왕초등학교에서 3학년 담임일 때 사회시간 구로구 내용은 많고 선생님들은 잘 알지 못했는데 지역의 교육전문기관에서 버스 투어로 보물찾기 수업을 지원해 주었다.

선생님들은 어린이들에게 열성적으로 강의해 주었고, 프로그램에 문제는 없는지 꼼꼼히 모니터링했다.

장학사, 교사, 마을 활동가들이 함께 만든 구로 교과서는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다.
 
지난해 하늘숲초등학교로 와서 6학년 어린이들과 같이 구로중학교에 가서 "지구야 변하지 마, 내가 변할게"라면서 길놀이축제 행진을 할 때, 초등학생도 시민으로 존중하고 참여할 기회를 주어서 감격스러웠다. 
 
이는 2013년, 서울시에서 가장 먼저 "마을과 학교가 함께 돌보는 온마을교육"을 꿈꾸고 실현시켜 온 '구청-학교-마을', 민관학 거버넌스의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0년 동안 민관학의 땀과 눈물로 일군 혁신교육지원 조례를 경험해 온 나로서는 주민들과 불통속에 고작 며칠 사이 졸속으로 조례를 전면개정 했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10년간 구로의 사업은 전국에서 배우려는 모범 사례였는데 왜 조례를 전면개정해야 하는지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문헌일 구청장은 선거 공약은 물론 취임 후에도 "민관학이 함께 '가고 싶은 학교, 살고 싶은 구로, 공부하기 좋은 구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번 구로구의회 임시회에 상정처리 된, 전면개정된 조례에서 '민관학 거버넌스 활성화 지원'이라는 기본 원칙은 완전히 삭제됐다.

민관학 거버넌스 기구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면 학교와 교사는 어디에 가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가?

마을 어린이 청소년을 내 아이같이 생각하는 전문성있는 마을교사들은 이제 구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구청과 구의회가 학교와 마을이 구로교육을 망치고 또 관이 하려는 일을 발목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10여 년간 탄탄하게 구축된 질높은 교육네트워크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둘째, 거버넌스가 원탁에 둘러앉아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사업의 대강을 논의하는 자리라면 '온마을교육지원센터'는 세부 사업을 기획하고 집행하면서 촘촘하게 운영하는 중간 기구이다.

혁신교육지구 초기에 구청 담당자의 업무가 과부하되고 학교는 답답해하면서 전문적인 중간조직이 필요해서 만든 것이 온마을교육지원센터다.

구로의 수많은 인적·물적·환경적 자원들을 촘촘히 그물망으로 연결하면서 안전하게 사업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플랫폼인 것이다.

무엇보다 10년간 사업을 해온 노하우를 갖춘 전문가들이 있어 1년이 지나면 업무가 바뀌는 교사들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 학교와 교사는 아프고 슬프다.

다양한 보호자와 학생들의 각종 민원과 요구로 여러 교사들이 유명을 달리한 충격과 수렁에 빠져 있다.

구로구청과 구로구의회의 조례 전면개정은 교실에서 교사 혼자 버티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벼랑 끝에 몰린 교사들을 절벽 아래로 떠미는 구로구청과 구로구의회를 규탄하며, 지금이라도 학교와 교사를 돌보는 마을교육공동체를 살려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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