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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27] 을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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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27] 을의 갈등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3.06.19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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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 '공무원 민원'을 검색해보았다.

한 번도 민원을 넣어본 일이 없는지라 다른 사람들은 뭘 어떻게 하고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조언을 얻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검색을 해 본 것은 당연히 구로구의 사무를 보고 있는 공무원에게 불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일이 커지는 것에 대한 염려와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대로 조용히 묻고 그저 시키는 대로 하고 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공무원은 '일이 되게는 하지 못 해도 일이 안 되게 할 수 있다'고 하니 뒤에 무슨 일을 당할지 염려가 큰 것도 발목을 잡는다.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애써 왔다.

혹시 어떤 일로 직분을 얻어 공무원을 만나게 되더라고 경거망동하지 않으려 노력해왔다.

그들이 하는 대접이 있더라도 그것이 특정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가 맡은 직분에 대고 하는 것임을 늘 명심하려 했다.

구로구청도 선출직인 구로구청장을 수장으로 받들고 있는 조직인만큼 어지간한 공무직 담당자들은 일종의 '서비스직의 소양'이란 것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주민과 담당자가 일종의 거리감만 잘 유지하면 서로 낯 붉힐 일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다만 그 거리를 언제 혹은 어떤 계기로 균형감 있게 잘 맞추거나 혹은 조정할 수 있게 되는가 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모든 생태계는 돌연변이 혹은 극단의 사례를 고정함수값으로 갖고 있다고 한다.

즉, 쉬운 말로 모든 공무원들이 절대 괜찮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아무리 서비스 정신을 강조해도 그것을 극복할 수 없는 개인적 특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무원을 만나게 될 때 우리는 인내의 시험대에 올라 삶의 지평이 마구 흔들리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런 인내심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고, 분노가 우리 눈을 멀게 할 때 첫 번째로 빼들 수 있는 칼이 '민원'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런 형국에 접어들기 직전이다.

모든 에너지가 순수하게 한 곳으로만 향하며, 모든 것들을 감수하고라도 상대와 시시비비를 따져보고 싶은 충동에 불길처럼 휩싸일 때가 있다.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지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느라 가슴이 멍들고 있다.

모든 것을 다 팽개치고 따져 묻는 일에만 매진하고 싶은 미친 듯한 충동이 인다. 

그런 민원을 '잘' 하고 싶다면 거두절미하고 구청장을 찾아가라는 것이 온라인상의 조언이다.

마침 관련된 일이 구청장의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전언을 받은 것이니 구청장님 면담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서 정말 청장님이 그렇게 결정하신 건가요? 왜 그렇게 결정을 하셨나요?"하고 너무도 여쭙고 싶다. 

그렇게 을은 오늘도 갈등하고 있다.

가서 들이박을 것이냐, 아니면 이번에도 눈물을 삼키며 참고 지나갈 것인가를 말이다. 

참! 온라인의 조언이 한 가지 더 있었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말라는 것이다.

즉, 호락호락한 민원인이 되지 말아야 승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시작한다면 끝장을 보겠단 마음으로 일로매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을도 결심하면 무섭게 달려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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