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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 - 마을안에서 만드는 '추억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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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 - 마을안에서 만드는 '추억만찬'
  • 정세화 기자
  • 승인 2022.02.11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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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산 트레킹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과일모찌도 만들고

 

"요즘 같은 세상에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알기 어려운데, 수궁동이란 마을 안에서 다양한 국적의 이웃들이 함께 트레킹도 하고, 숲 해설도 듣고, 그림도 그린다니 꿈만 같았죠."

이주민 다문화 가정과 한국 주민들이 한 마을에서 어우러져 추억을 쌓아가고 있는 곳이 있다.

일본서 건너온 야마모토 미키(46,온수동)씨를 비롯한 일본인 이주민과 수궁동 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생활과 문화교류를 하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 있는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 팀이 그곳.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을 만든 야마모토 미키씨와 사가구치 신고, 니와 사츠코, 츠지야 테루요씨는 현재 온수초등학교와 우신중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이다.

이웃과 학부모들 간의 교류가 많은 일본과 달리,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국에서는 '나의 옆집에 누가 사는 지 알 수 없고, 이웃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아쉬움을 느끼다 모임을 만들게 됐다고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에 참가한 주민은 약 30여명.

초등학생 어린 자녀를 키우는 30대 가족부터, 70대 노모와 40대 딸이 함께하는 모녀까지 다채롭다.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이 마을 안에서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추억들은 흥미롭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까지 트래킹(와룡산,천왕산)을 비롯, 숲해설, 에코백 만들기, 레진아트, 아크릴아트, 과일모찌(떡) 만들기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숲해설에 참여했던 윤명희씨는(73, 온수동) "온수동 토박이로 40년을 살았고, 수없이 항동 수목원을 가봤지만, 우리끼리 다닐 때는 저 식물이 어떤 식물인지, 숲의 이야기 등을 들을 수 없는데 모임을 통해 이웃들과 숲 설명도 듣고 사진도 찍고 너무 좋았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하지만, 7월 들어 심각해진 코로나로 대면모임이 어려워지면서 고민 끝에 '비대면 모임 zoom'으로 돌파구를 찾으며 모임활동을 이어갔다.

그래서 시작된 첫 비대면 모임활동은 '구로를 담은 에코백 만들기'.

지난 6월 항동 푸른수목원에서 모였던 숲 해설 당시 각자 찍어놓았던 사진을 이용해 에코백과 티셔츠에 프린팅을 한 것.

구로 내 지역 모임인 만큼 구로 곳곳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 또 다른 작품으로 만들 수 있어 기뻤다고 한다.

모임 주최자인 미키씨는 참여를 원하는 참가자들에게 미리 키트를 나눠주고, 줌을 통해 각자 집에서 에코백을 만들 수 있게 교육했으나, 처음 줌으로 진행하다보니 화면이나 소리 송출에 어려움이 있기도 했고 전체 사진을 못 찍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당시 애로를 털어놓았다.

구로타임즈와의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함께한 '수궁 마을에 스며들자 action!'회원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 입을 모아 'DIY 아크릴 그림그리기'였다고 말했다.

어머니 윤명희(73)씨와 함께 모임에 참여중인 딸 이소원(45)씨는 "모임 활동을 통해 매달 어머니께서 소소한 작품을 완성하고 행복해 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고 말했다.

어머니 윤명희 씨는 "내 나이에 어딜 가서 이렇게 그림하나를 완성하고, 집에다 전시할 수 있겠냐"며 만일 혼자 그림을 완성해야 했다면, 아마 중간에 중도 포기했겠지만 모임에서 참여해 결과물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있어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며, 집에 전시된 그림을 볼 때마다 애착이 가득하고 뿌듯해진다며 웃어보였다. 

이들의 도전은 계속될 예정이다.

야마모토 미키씨는 새해에는 '수궁에 스며들자 action!' 활동을 이어나가, 수궁을 넘어 구로구 지역 일대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하지만 고민이 있다.

바로 모임활동을 위한 공간마련이다. 

야마모토 미키씨는 대면모임을 위해 지역 내 여러 장소들을 찾아보고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복지관과 청소년 문화의집은 문을 닫는 경우가 빈번하고, 천왕동 버들마을활력소나 수궁동 온수골사랑터와 같은 '마을활력소'의 경우에도 시간당 2만원 내외의 이용료를 내야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마을활력소의 경우 대여료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기타 지출을 아낀다면 회원들에게 더욱 좋은 프로그램들을 제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수궁에 스며들자 action!'에서 운영하는 모든 프로그램은 외부강사를 초빙하지 않고, 모임장인 야마모토 미키씨가 유튜브 등을 통해 학습 후 회원들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야마모토 미키씨는 "강사를 초빙하거나, 외부 시설들을 비싸게 빌리기 보단, 강사료 등 기타 지출을 아껴 조금 더 좋은 재료를 사고 더 자주 회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며 "직접 준비한 강의를 안내하고, 회원들이 서로 즐기고 기뻐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행복하다"고 웃어보였다.

이날 구로타임즈와 만난 회원들은 2022년 모임의 목표에 대해 "2022년에는 지난해 활동에서 한 발짝 나아가, 모임 주민들과는 일상 속에서 함께 문화와 생활을 즐기고, 올해는 지역사회 봉사활동도 하고, 우리가 만든 물건들, 작품들을 나누고 싶다"는 따뜻한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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