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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연령 등 '깜깜'… 주민들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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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연령 등 '깜깜'… 주민들 '불안'
  • 정세화 기자
  • 승인 2020.11.0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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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관리청 지침따라 구로구 비공개, 성동구 등 공개 '눈길'

구로4동에 살고 있는 김 모(20대)씨는 지난 10월11일(일) '구로190번'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구로구청 블로그로 들어가 확진자 정보를 봤다.  뭔가 달라졌는데, 알고보니  새로 발생한 확진자가 몇 살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수 있는 기본 정보가 빠져 있던 것.

4일전만 해도 '63세 여성'(구로189번)이라고 발표되던 것과 달라,'구청의 단순 정보 누락'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구로191번'을 비롯 최근 발생한 201번까지  총 12명의 확진자에 대한 성별과 연령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구로구청은 10월 8일(목)이후부터  코로나19 신규확진자의 연령과 성별을  밝히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확진자 공개지침 중 '감염병예방과 관계없는 성별 및 연령 등을 공개하지 말라'는 내용이 종전에는 권고 사항이었다가 법령으로 개정돼 지난 10월8일부터 법적효력을 갖게 된데 따른 것이라는 것이 구로구청측의 설명이다.  앞서 성별과 나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던 것은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사항이었기 때문에 주민 알 권리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 

이에따라 구로구는 10월8일 이후 현재까지  신규발생 확진자에 대한 기본정보로 연령과 성별없는  '구로구 201번'식의 일련 번호와 거주 동명 등을 제공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의 연령대나 성별 같은 기본 정보조차 제공되지 않게 되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안을 호소하는 한편 불만도 들끓고 있다.  지역사회 감염 확산방지를  위한 개인과 가정단위의 노력을 요구하면서 노약자들의 활동반경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본정보조차  제공되지 않는 것이 감염병 시대에 걸 맞는 적절한 정보공개냐는 날선 지적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 확진자 연령대 모르니   학원도  보낼수 없어" 

나이와 성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법적 시행에 들어간 10월8일 이후 구로지역에서 발생된 첫 신규확진자인 구로구190번의 1차 기본정보는 '구로5동'이라는 동명이었다. 남녀는 물론 노인인지 청년인지 어린이인지 전혀 알수 없는 '깜깜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구로타임즈 취재결과 이 190번 확진자는 8세 남자 어린이였다. 앞서 부모가 확진판정을 받아 자가격리 중 양성판정이 나와 이날 발표된 것.

초등학생 자녀를 두고 있는 김은미씨(30대, 구로동)는 이와관련 "(구로190번처럼) 아동이 감염됐을 경우 자가격리중이었다고 해도 아동인지 여부,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는 알려줘야 부모들이 내 자식 코로나 안걸리도록 대응 할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연령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데 대해 분노를 나타냈다. 

어르신 돌봄기관에 종사하고 있다는 50대 주민 A씨도  연령 정보가 제공되지 않으면서 돌봄현장 일선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느슨한 방역체계에 대한 우려와 현실을 전해주었다. 

"요양 시설의 경우는 70,80대에서부터 100세가 넘는 어르신들을 주로 돌보고 관리하기 때문에 코로나 소식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힌 A씨는 "예전에 나이가 공개될 때는 60,70대 고위험군이 확정판정을 받은 경우 요양시설에서 시설출입 차단 등 방역관리에 좀더 신경을 쓰는데, 이제 연령대가 나오지 않으니 시설에서조차 무방비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 24일(토) 발생한  '구로구 200번' 확진자(부천시 무용학원 수강생)의 경우는  거주하는 동마저 기재되지 않은 가운데 발표됐는데,  뒤늦게 동거가족인 남편(구로구 201번)이 확진판정을 받아  항동 거주임이 밝혀지면서  마을이 발칵 뒤집혀지기도 했다.

항동지역은 올해 본격 입주가 이루어진 대규모 보금자리아파트지역이라. 주거 특성상 신혼부부와 유아, 아동·청소년을 둔 가정이 많고,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천 옥길동 소재 무용학원을 비롯한 인근 생활권과  불과 2Km 안팎의 거리에 위치해있다. 

지난달 27일(화) 항동 푸른수목원에서 만난 이미연 씨(30,항동)는 "부천시(무용학원)에서 집단 감염이 일어났을 때 200번과 201번 모두 항동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연령대도 알려주지 않으니 그저 불안해 이번 주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고 불안했던 심정을 털어놓았다.

구로구청의  '코로나19 발생 현황'판에 구로구200번 확진자(10.23)의 거주 동명도 기재되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 구로구청측은 지난 27일 구로타임즈와의 취재과정에서   "코로나 확진 환자가 발생할 때마다 정보 공개를 하다 보니 너무 바빠 누락된 것 같다"며 "(200번 확진자의 거주 동 기재를)바로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3일이 지난 29일(목) 오전 여전히 구로구청 일일상황 페이지 구로구200번 확진환자의 거주 동은 기재되지 않았다. 이날 오후 2시30

성동구청 홈페이지 코로나19 현황 게시판.  신규 발생자의 거주동 뿐 아니라 연령대(80대)정보를 밝혀주고 있다.
성동구청 홈페이지 코로나19 현황 게시판. 신규 발생자의 거주동 뿐 아니라 연령대(80대)정보를 밝혀주고 있다.

 

분경 이같은 상황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은 "200번 확진자의 주거지인 항동이 누락된 것 같다"고 말했고,  이날 오후 5시경 확인결과 200번 확진자의 거주 동이 비로소 '항동'으로 기재됐다. 

일선 주민들과 만나는 구의원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박평길 구의원(개봉2-3동)은 "구청의 정보공개 제한으로 인해 구의원인 제게 확진자 정보를 물을 정도로 구민들의 불편어린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코로나 확진자라고 차별 받기보다,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으로 인지되는 현 시점에서, 비확진자인 일반인들에게 오히려 확진 환자 정보를 더욱 자세히 공개해 코로나 감염을 피하고, 앞으로 다가올 코로나 이후 감염병 상황 등에 대비할 수 있는 주민들의 행동 대안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확진환자의 개인정보만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를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서울 성동구등  일부  광역·기초지자체  연령대 공개  
     " 주민 안전위해 최대한 정보 공개 "

 

그럼 전국의 모든 지자체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연령대와 성별 정보를 이처럼 엄격하게 비공개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밝히면 '아니다'이다. 
 

구로타임즈가 지난28일(수) 밤부터 29일(목) 오전까지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하남시 등 전국85개시, 충청남북도를 비롯한 9개 도청 등 120개에 가까운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홈페이지를 통해 코로나19 발생현황 정보공개 범위를 살펴본 결과, 18개 시도와 기초자치단체에서 신규확진자의 연령을 가늠할수 있도록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었다. 
 

이들 가운데는 서울지역 25개 자치구중 서울시청이 소재하고 있는 중구와 성동구 2개 자치구는 물론 심지어 정부청사 및 보건복지부가 위치한 세종특별시도 확진자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이외에 경기도에서는 군포·안양· 이천· 시흥·하남 등 7개시에서, 경상도에서는 김천·경산·봉산 등 3개시에서, 전라도에서는 전주와 여수 등이 신규확진자의 연령대를 공개하고 있었다.
 

지난달 28일(수) 서울시 성동구청 홈페이지의 코로나19 발생 현황 게시판. 27일(화) 확진판정을 받은 '성동구 133번 확진자'에 대해 '마장동 거주, 50대'라고 동명과 연령대를 공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10월21일 오전9시30분 마장동주민센터 정류장에서 시내버스 2013번' 탑승후 30분후 오전10시 상왕십리역에서 하차'라고 이동시 이용한 정류장명과 버스번호, 이용시각까지 제공, 이 시간대에 해당 정류장과 교통편을 이용한 주민들이 감염가능성을 스스로 판단할수 있도록 구체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있었다.  구로구와 대조적이라 더 시선을 모았다.
 

성동구청측 관계자는 연령대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실질적으로 주민들에게 확진자 연령대를 60대라고 알려준다고 한들, 특정 개인을 지칭하지 않는 이상 일반 시민들이 확진 환자를 누구라고 추측하는 것은 불가하다"고  지난29일(목)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설명했다.  또  "비확진자인 시민들이 자신의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확진자의 정보 공개를 요구했고, 확진환자의 신상이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면 구청은 다수의 성동구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로 응답하였다"고 전했다.
 

 하남시청의 정보공개 내용도 구체적이라 관심을 모았다.
하남시는 새로 발생한  '하남시 67번'의 경우  '망월동에 거주하는 20대 확진환자'라고 연령대를 발표하고 있었다.  또 확진환자와 접촉한 접촉자들을 찾기 위해 67번 확진자가 다녀간 가게 상호명을 공개하고, 동시간대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한 접촉자들의 인원과 성별, 카드회사명까지 언급하며 '접촉자 찾기'에 나섰다. 

 

하남시청 관계자는 지난 27일(화) 구로타임즈와의 통화에서 확진환자 연령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로 공개해  질병관리청 공개지침 중 연령 공개제한을 어기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접촉자를 찾기 위한 다양한 정보공개내용과 관련해서는  "지침에 불특정 다수가 접촉하였을 시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여 접촉자를 찾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최대한 정보를 노출해 빠르게 접촉자를 찾아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같은 법령에도 지자체별  연령 등 정보공개 범위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는 "확진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시민들의 알권리 사이에서 법령을 해석하는 차이에서 비롯된 집행"이라고 해석했다. 
  

연령 등 정보공개 제한 관련 주민들의 불만과 지적 등에 대해 구로구청측은 지난 29일(목)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과 불편함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에서 공개 지침 수준을 완화할 시에만 연령대 공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질병청 지침에 연령을 밝히지 말라는 조항은 연령대를 밝히는 것이 감염병과 상관없이 개인 신상 노출에 관해 문제가 되어 밝히지 말라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되어 지는 것"이라며 "질병청의 지침을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질병청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환자의 이동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을 공개하고 있으나, '성별·나이 등 그밖에 감염병 예방 및 방역에 관계가 없다고 판단되는 정보'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는 제외하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지역사회와 주민들사이에서는 정말로 성별과 나이 등이 감염병예방 및 방역에 관계가  없는 것인지 묻고 있다. 동네에서 노인층 발생이 늘고 있는지 초등학생이 늘고 있는지 알아야 개인이든 지역사회든 맞춤형 대응책이라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감염차단을 위한다면  최소한 연령대라도 알려주고  좀더 구체적인 이동동선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오는 이유의 하나다.  확진자 정보를 공개하는 이유중 하나가 감염 가능성 차단인데, 더이상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식 '깜깜이' 정보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감염병을 모두 막아줄수 없고, 지역주민이 함께 구멍 뚫린 지역사회 방역망을 채워나가야 하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상황을 알아야 판단하고, 주민 스스로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확진자 개인정보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감염병 위기관리를 위한 주민들의 판단과 경험을 축적해나갈수 있는 기본 정보 제공과 적극적인 행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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