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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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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20.05.0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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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여기저기에 마스크가 널렸다. 아무리 이름을 쓰고 챙긴다고 해도 속수무책이다. 슬그머니 마스크는 어느 틈바구니에 끼여 있다. 모두가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자신도 결백하다는 듯 마스크가 형광등 불빛 아래 하얗게 홀로 빛나고 있다.
 
아이 한 명과 대략 9명 정도의 상대 아이들 사이에 벌어진 엄청난 갈등을 마무리하는데 한 시간을 족히 넘게 써버리고, 양말목으로 가방을 뜨고 있는 아이의 요청대로 가방 입구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옆에서 실내화 만들기를 시작한 아이에게 심지로 떠야 할 콧수와 방법을 가르쳐주고, 막 다른 가방을 만들기 시작한 아이가 망친 작업을 고쳐주려 애쓰다 기분 나쁘지 않게 이건 다시 해야겠다고, 아니 선생님이 이만큼은 다시 해줄 테니 새로 시작하자고 설득을 하고 보니 이미 저녁시간이 훌쩍 넘었다.
 
부랴부랴 아이들을 모아놓고 5월1일 근로자의 날에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아무도 오지 않고 선생님이 혼자 나오니 여의도에 가서 자전거를 타고 외부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하루를 보내기로 하는데, 대신 부모님 허락을 받아야한다고 일렀다.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아이들이 왁자하게 난리가 났다. 밥도 안 먹고 다들 달려가서 부모님 허락을 받느라 전화를 걸고,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부모님을 향해 짜증을 부리고 난리다. 그러나 그 사이 SNS 검색을 요청한 공익요원이 여의도 공원에서 자전거는 5월말까지 대여가 안된다는 비보를 전해왔다. 아뿔싸! 어쩌지?
 
더욱이 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한단다. 읔,..나 혼잔데...정말 어쩌지?. 그럼 온라인 수업을 하는 동안 우리는 양말목 공예를 하고, 부모님들 허락을 받으면 여의도 공원 대신 구로리어린이공원이라도 가자고 계획을 수정해 알린다. 정신없이 밥을 먹고 나서도 또 아직 돌아가지 않은 아이들을 상대해주어야 했다. 그 후에는 아이들이 쓸 수 있도록 흰색 양말목을 알록달록하게 예쁜 색깔로 염색을 해서 일일이 옷걸이에 걸어놓고 나니 오후8시가 훌쩍 넘었다.
 
오늘이 월말이나 다름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화들짝 놀라 황급히 컴퓨터를 켰다. 구청에서 6시까지 보고를 해달라는 메일이 와 있었지만, 컴퓨터 앞에 한 번 앉아보질 못해서 메일을 미처 챙기지 못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교사들에게도 확인을 해보았지만 모두 마찬가지로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참이다. 메일을 열어보니 곧 복지부와 서울시 등에서 코로나 대응을 잘 하고 있는지 지도점검을 나온다며 자체 보고서를 써내라는 것이다. 6시까지 달라는 보고서를 써서 9시에 넘겼다.

 

자체 보고 내용을 보니 하루에 2회 발열 체크를 하게 되어 있다. 아! 울고 싶다. 우리는 왜 하루에 한 번만 발열 체크를 했지? 어쩔 수 없이 그런 줄 몰라서 하루에 한 번만 체크를 했다고 보고서를 쓰고 말았다. 그 아래는 혹시 자원봉사자 등의 외부인이 불필요하게 센터에 출입 하지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하고 있는지, 또 외부 행사나 집합 교육은 자제하고 있는지 엄중히 묻고 있다.
 
집합 교육이란 말이 마음에 걸린다. 교사들이 밥하고, 온라인 수업 지원하고, 매일매일 프로그램까지 하는데 이젠 너무도 지쳐서 실은 얼마 전부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복지부에서 보내는 프로그램 강사들도 오고 있으니, 센터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조심해서 하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조심스럽게 시작했던 것이다.
 
그런데 메일을 보니 아예 아무 것도 하지 말란 이야기처럼 들린다. 당연히 5월 1일도 조용히 안에서만 지내란 말처럼 보인다. 아 정말 어쩌지? 아이들이랑 밖에 가서 밥이라도 먹자고 했는데,,. 부랴부랴 부모님들에게 사정을 알리고 5월 1일 가능한 집에 머물 수 있도록 부탁을 드린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이 다가오는데, 홀로 센터를 지켜야하는 나는 왠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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