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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와 마을이 만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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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와 마을이 만나려면
  • 조태진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운영위원
  • 승인 2015.10.31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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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태진

지금 지역에서는 마을만들기 사업, 교육복지 사업, 혁신교육지구 사업들이 "마을이 학교다."라는 말에 걸맞게 여기저기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학교에 근무하면서 지역시민단체 활동에도 참여하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보다 이러한 일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올해 같은 경우에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학교로 내려 온 교육복지 특별지원사업과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총괄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학년 초에는 정신없이 일정에 맞추어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다 보니 자연스레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서 전에는 며칠이면 다 외우던 학급 반 아이들의 이름도 다 외우는데 꽤 시간이 걸리더군요. 내가 교사인지, 행정사인지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일폭탄이었죠.
 
그런데 이런 사업과 관련하여 지역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은 헌신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학교와의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힘들어 하시는 것을 보게 됩니다. 취지는 너무나 좋은 사업인데 학교는 학교대로 지역은 지역대로 애로사항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단 학교에서는 새로운 사업이 내려오면 그 사업을 어느 부서가 또 누가 맡느냐를 놓고 한바탕 신경전이 펼쳐 집니다. 학생지도와 수업 외에도 쏟아지는 공문에 지쳐가는 선생님들에게 새로운 사업은 그 사업의 본래 취지를 떠나서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보다 수동적으로 대응 또는 방어하는 자세를 취하기 쉽고 이것이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과의 교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혁신의 방향이 일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불필요한 일을 없애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청에서는 불필요한 공문을 많이 없애고 있다고는 하지만 학교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아직 크지 않습니다. 여백이 있어야 창조의 힘이 발휘될 수 있겠지요.

둘째로 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늘지 않는데 사업만 더 생기면 설사 한 두해는 열정을 가진 사람에 의해 사업이 잘 진행될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사업의 내용이 부실해져서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흘러가기 십상입니다.

더군다나 요즈음처럼 학교에 근무하시는 선생님들이 그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는(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구로지역에 거주하는 교사는 안타깝게도 저 혼자입니다.)

지역과 학교가 소통하고 공감하는 일이 쉽지 않으므로 꾸준히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전가, 교육복지 전문가, 마을코디 등에 대한 꾸준한 지원이 절실합니다.
 
학교와 마을을 바꾸는 일은 사실 사회전체의 구조를 바꾸고 개인의 생활양식 자체를 변화시키는 일과 맞닿아 있습니다.

이렇게 크게 보면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단계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디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즐겁고 보람있게 생활하시기를 바라고 세월이 흐른 뒤 걸어온 자국들을 자랑스러워 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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