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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07]가르침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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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107]가르침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5.10.24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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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호호! 세상사는 맛이 끝내준다. 별 이야기도 아닌데 깔깔거리고 난리가 났다. 1박2일로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이 연수를 온 참이다. 젊은 남자 교사 한 명이 오늘 함께 온 여선생님들 중에 자기 이상형이 있다는 말에서 불길은 시작되었다. 아줌마 선수들이 대거 '저건 바로 내 이야기'라며 '내가 저 선생님의 토끼가 한 번 되어 볼란다'란 각오로 한참을 낄낄거린 탓이다. 아줌마들의 주책 같은 이야기를 잘 참아준 젊은이의 아량도 고마웠고, 별 것 아닌 이야기에 장단을 맞추며 아직은 수줍음이 많은 젊은 교사를 품어 안으려는 나이든 이들의 지혜로움도 빛이 나는 자리였다. 그렇게 짧은 일정이 고맙게 끝날 줄 알았다.

꽃밭에서 한참을 흥얼거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전화가 와서는 아이가 한 명 없어졌다는 것이다. 광화문에서 식품안전을 위해 생협이 벌인 행사에 들렸다가 일이 터졌다. 그래도 '아이들이야 늘 없어졌다 찾았다를 반복하는 존재들이니 별일 있겠나' 억지로 마음을 달래본다. 하지만 근 한 시간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으니 불안해지는 마음을 가눌 길 없다.

찾고 있는 교사를 생각해 참았던 인내가 바닥이 나서 연락을 넣어보니 금방 '찾았다'는 소식이다. '그럼 그렇지' 싶으면서도 이제야 얼마나 불안해했는지 새삼 실감이 난다. 그래도 '때를 놓치지 않고 한 마디를 해주어야겠다' 싶어 아이를 바꾸어달라고 했다.

실은 지난번 나도 함께 외출을 했다 놓친 경험이 있는 친구이기도 해서 좀 곤란하다 싶었기 때문이다. 매우 활발한 저학년으로 교사들 눈에서 벗어나기 일쑤인 것이 마음에 걸려서다.

짧은 순간 뭐라 말을 하면 아이가 알아들을까 고민을 하다 "너랑 같이 온 선생님이 네가 안 보여서 많이 놀라셔서 막 우셨단다. 그러니 다음부터는 그 선생님을 잘 좀 챙겨주기 바란다"고 되려 아이에게 부탁을 하는 것으로 전화를 마감했다.

제 딴에는 경복궁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혼자 경복궁을 찾아갔다가 마침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혼자 있는 아이를 이상히 여기고 찾아주어 일이 잘 해결 되었지만 교사들은 정말 식겁을 할 일이다.

일이 잘 끝나기도 하고 때마침 다른 교사 하나가 다른 공부방 아이와 너무 다정히 통화를 하는 모습에 감화를 받아서 통화를 그리 한 것이다. 그런데 전화 내용을 듣고 있던 바로 그 교사가 잘하셨다 칭찬의 말을 건네는데, 그게 참 뒷꼭지가 많이 부끄러웠다. 도대체 사람들 앞에서 어떤 꼴을 하고 살아서 이런 새삼스런 칭찬을 듣는가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늘 부모나 교사로서의 역할이 우선이었고, 지혜로움보다는 책임감이 많은 상태에서 일을 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엄청 잔소리를 많이 하기도 했었다. 특히 지금 집 안에서 백수로 놀고 있는 아들내미도 작은 일이라도 고쳐서 사람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임하다보니, 목적을 이루기는커녕 그저 '진절머리는 나는 인간' 정도의 취급을 받게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칭찬이나 위로가 고스란히 그렇게 들리지 않고 아픈 가시로 와 닿았나보다.

아들 입장에서도 보면 자기도 그리 잘 하는 것도 별로 없으면서 조금만 잘못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잔소리를 퍼부어대는 엄마가 정말 진저리가 났을 것 같다. 내 딴에야 어떻게 하라고 알려주는 것이지만 상대는 시시콜콜인 셈일테니 말이다.

가르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아니, 가르치는 것에도 하수가 있고, 상수가 있는 것인데 말이다. 내 옳은 게 상대에게 옳은 게 아니고, 내가 힘으로 밀어붙인다고 다 상대가 그렇게 배우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길을 못 찾고 있는 요즘, 더욱 고민이 많아지는 대목이다.

그러니 대통령께서도 한 번 생각해보실 일이다. 이렇게 역사교과서를 밀어붙인다고 다 될 것인지 말이다. 아무리 올바르더라도 냉혹한 진리는 인간의 가슴을 녹이지 못하고, 그래서 결국 아무 것도 배우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오로지 그 냉혹함을 빼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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