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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마을축제를 위해 '넘어야 할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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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마을축제를 위해 '넘어야 할 산'
  • 이성동 공동대표(열린사회 구로시민회)
  • 승인 2015.09.18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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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궁(온수동,궁동)지역에서 '수상하고 궁금한 놀이마당'이라는 자그마한 동네축제를 준비했다. 20여년 가깝게 지역활동을 하는 동안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새로운 '무언가'였으므로 사실 초기 활동가 시절의 초조함과 두려움이 앞섰다.

그렇게 시작된 준비였고 경험과 예산도 넉넉히 뒷받침 되지 않은 과정이었으므로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함께 준비한 많은 분들의 참여와 노고덕분인지 놀이마당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같이 준비한 준비모임에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행사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점들, 특히 마을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것 들도 적지 않았다.
 
먼저 공간문제이다.
물론 본의 아니게 좋은 공간이 넘쳐나는 '복'된 동네도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지역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개발시대를 거치면서 콘크리트 건물만 빽빽하게 들어서다 보니 동네사람들 500명, 1000명 모일만한 곳이 많지 않다.

이러다 보니 운동장과 강당이 있는 학교만 바라보게 되는데 학교 측과의 교섭이 만만치 않다. 십 수 년 전에도 지역 내 학교의 역할에 대해 논의가 많았지만 아직까지 진행형인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놀이마당은 우신중학교(교장 김현일)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어 수월하게 장소를 마련할 수 있었으나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다음으로 동네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이다.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고 어떻게 가면 된다는 것은 알지만, 어디에 가면 누가 살고 무엇을 함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주민이 마을의 주체가 아니라 사업의 대상으로만 인식되므로 빚어지는 촌극이다.

실제로 이번 놀이마당을 통해 삼삼오오 모여 알차게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마 관성대로 사업을 했다면 서로 마주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기회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공유할 수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행사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다양한 물품과 기기가 예상외로 많이 필요했는데 열악한 재정상황에서 새롭게 구입하는 것도 어렵고 일일이 빌리러 다니는 것도 힘들었다. 일전에 '구로지역아동 교육복지기금 마련 작은음악회'를 준비하면서 지역의 많은 활동가들에게 들었던 고충이기도 한데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구입에 부담이 되는 물건들을 공유하는 센터가 지역에 하나쯤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실제로 지난 7월 은평구에서는 공간과 공구류, 생활용품 등을 필요할 때 빌려 쓸 수 있는 '은평공유센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마을축제는 걸음마단계이다. 아직 가야 할 길도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마을축제가 풀뿌리민주주의를 성장시키는 자양제라는 것이다. 마을축제의 가장 큰 의미는 여기에 있다고 본다. 마을이 관심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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