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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99]오늘 너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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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99]오늘 너무 아팠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5.08.22 14: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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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아팠다. 일 년에 한, 두 번 정도는 꼭 몸살을 앓고 지나가니 이번도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다만 뜻하지 않게 찾아온 휴일의 첫날에 아프기 시작한 게 아쉬웠고, 밀린 일감에 빨리 손을 대고 싶었는데 도무지 집중할 수 없는 컨디션에 조금 속이 상했을 뿐이다. 그래도 매년 아픈 거니까 할 수 없이 아파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프기 시작했다.

아침나절에 은근 바람이 차다 싶었는데 조금 있으려니 '아! 나 몸살 나겠구나.'하고 감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인 게 이제는 나이가 들어 아침잠이 좀 줄어서 휴일인데도 일찍 일어나 일을 하겠다고 노트북 앞에서 꼼지락 거리다 감을 잡았다는 거다.

파랑새 일 때문에 그나마 정오쯤에 잡아두었던 약속을 한참 남겨놓고 취소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꼭 갔어야 하는 약속인데 싶어서 취소할 때만 해도 '내가 좀 너무 야단법석을 떠나?" 싶었다.

하지만 곧 그러길 너무 잘했다는 게 온 몸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여름에 춥기 시작하더니 두통에 안압통에 사지근육통에 아무튼 통이란 말이 붙을 수 있는 데는 다 붙여 놓은 것처럼 그야말로 황소처럼 끙끙거리며 앓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아들 둘 중에 하나라도 부르면 달려와서 들여다보고. 저 귀찮으니 "내가 그러니 평소에 병원에 다니라 그랬죠?"하고 성질을 내다가도, 이불도 덮어주고 물이라도 떠다주고 눈 위에 올릴 수건이라도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건네주고 하니 그나마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있는지도 모른다. 다른 한 분은 아마 내가 아팠는지도 잘 모르고 있을 테니 그 쪽은 나도 아무 할 말이 없다. 쩝!

예전 같으면 아직 몸살 날 철이 아니다. 이런 철에 몸살이 나본 건 거의 처음이다. 그래도 뭐 가을 환절기나 초겨울에 감기몸살을 앓았지 이렇게 쨍쨍한 여름 뙤약볕 아래 몸살을 앓아보긴 처음이다. 아마도 이러니 나이는 못 속인다 그런 말이 있나 보다.

게다가 이번 몸살은 하루로 끝나지도 않았다. 다음날까지 장하게 끙끙 앓던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서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기괴하게 "으흥흥흥!"이란 신음소리까지 내가며 주섬주섬 옷을 입고 내 발로 병원을 찾아 나갔다. 조금만 더 있다가는 머리가 터져 죽든지, 눈알이 빠져서 죽든지 그도 아니면 허리가 끊어져 죽거나 종아리가 터져 곧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목 안에 있는 편도에서 펄펄 끓는 열에 온 몸이 익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무튼 죽을 것만 같았단 말이다.

죽기 일보 직전의 몸뚱아리를 어떻게 살살 달래서 산발을 하고 나갔는데 구로동 시장은 토요일 정오의 활기로 가득했다. 헐! 난 혼자 요단강 이쪽과 저쪽의 사선을 넘나들고 있었건만 사람들은 순대나 사먹고 말이다. 죽기 살기의 각오로 3층 이비인후과를 올라갔는데 거긴 문을 닫았다.

죽기 살기론 안될 것 같아서 이번엔 눈물을 머금고 조금 떨어진 건물엔 엘리베이터도 있고, 병원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다시피 갔는데 그 곳도 역시 문을 닫았다. 아! 이젠 거의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싶은 마음으로 저쯤 보이는 건물의 병원을 찾아갔더니 마침 진료를 하고 있어서 겨우 진찰을 받고 약을 타 먹을 수 있었다.

약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밥솥에 있던 밥 한 덩어리를 물에 말아서 냉장고에 있던 메추리 장조림하고 먹었다. 밥을 먹기 보다는 일단 위장을 코팅하는 기분으로 뭔가를 먹었다. 오로지 약을 먹을 수 있기 위해 밥을 먹었다 그 말이다.

그렇게 아프기 시작한 게 월요일 오늘밤까지 질질 끌고 있다. 이렇게 점점 더 아프다 어느 날에는 죽겠지. 그럼 난 어떻게 될까? 아마도 급하면 가까운 고대병원으로 갈 것이고, 돈이 없으니 어디 다른 병원 영안실 냉장고 안에 보관되어 있다가 어디 가서 화장되겠지.

죽고 나면 구로동에는 뿌려질 곳도 마땅치 않으니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아야 할 것이다. 어디쯤 나무 밑이나 바다 속으로 가야 하나? 환경에 큰 해가 안되면 좋을 텐데.... 죽고 나면 내 쓰레기를 치우는 것도 참 큰일인데, 공동묘지도 없는 구로동은 죽고 나면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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