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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97]구로디지털단지 대표님들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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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97]구로디지털단지 대표님들께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5.08.03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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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씨가 너무 더워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기 힘들다는 표현이 너무 실감나는 철입니다. 어디 잠시라도 더위를 피하고 계신지요?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께서 건강하셔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저는 대표님들께서 일하고 계신 구로디지털단지 근처에 사는 주민입니다. 실은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라고 지역에서 아이들을 방과 후 돌보는 복지시설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오늘은 그것 때문에 편지를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올해 서울시와 구로구 및 서울교육청이 지역의 낙후된 교육환경을 마을의 힘을 빌어 혁신적으로 바꿔보고자 하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실무추진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능력 밖의 너무 과분한 직분이나 아이들의 마을살이를 조금 알고 있는 덕분에 그런 자리에 끼게 되었습니다.
 
■ 제가 오늘 편지를 쓰게 된 것은 바로 그 혁신교육지구사업 일 때문에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서 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올해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주요한 과제 중 하나인 지역 아이들의 진로지도와 관련한 고민 때문에 이렇게 한 번 편지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요즘은 진학이나 진로 문제가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사실 여러분들께서 일하시는 디지털단지는 제가 자란 곳에서 아주 가깝습니다. 그 곳이 디지털단지로 변모하기 전에, 그러니까 아직 구로공단이었던 시절에는 아직 어리던 저는 그곳 공장 담벼락 너머에 있는 쑥을 캐러 가기도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같이 공부하던 친구들의 언니나 오빠들 중에는 실제 구로공단의 근로자로 일을 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께서는 늘 "너 그렇게 공부 안 할 거면 공장이나 다녀라"하고 으름장을 놓으셨고 아마 실제 그러하던 친구들도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때는 몰랐지만 어찌 보면 그 시절은 일종의 '황금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디나 일자리가 넘치고, 학교를 다니면 교수나 판사, 혹은 의사가 되어 가문의 영광이 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면 집을 마련하고, 이자가 든든하게 붙는 그런 시절이었으니 모두가 그런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것입니다.

물론 그 때라고 어찌 어려움이 없었겠습니까? 저희 부모님들이 겪으신 고초를 생각하면 그 분들이 그런 희망찬 세월을 조금이라도 맛보셨다는 것, 그래서 우리 모두가 한 때나마나 그분들의 희망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 하지만 지금 저희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면 저희가 너무 좋은 것들을 모두 누려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저 미안할 따름입니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어,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한숨 나는 일들이 천지에 가득하고 때로는 아이들도 왜 저럴까 싶을 때도 적지 않지만 이미 낳아놓은 아이들을 이제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니 그저 도와주어야 할 밖에 어찌 하겠습니까?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저 이 세상에 잔뜩 겁을 먹고 무기력하게 손을 놓고 있는 이 지역의 아이들을 도와주십시오,

이 아이들과 부모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작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그 속에서 자기도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뿐입니다. 이제는 예전처럼 집안 어른들끼리 왕래도 많지 않고 서로서로 이끌어주는 시절도 아니니 아이들은 눈앞에 텔레비전에서나 보는 그런 허구의 세계가 다 인줄 압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실제 삶을 보여주고 그 속에서 너도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너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 아이들의 진로를 찾는 현장을 열어주십시오. 저희가 찾아뵙고 말씀을 드려야 하나 혹 놀라실까 하여 이리 글을 띄우니 지역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마시고 부탁드립니다. 

■ 공부도 자기가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인가 봅니다. 그러니 이런 지역의 바램을 외면 마시고 아이들의 진로지도를 함께 도와주실 수 없으시겠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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