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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월 연극 '어머니'의 주인공 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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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5월 연극 '어머니'의 주인공 손숙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5.04.19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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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생 50여년중 첫 구로공연... 근현대사 어머니세대 애환 담아

한국 근현대사의 어머니는 희생의 상징이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가정을 건사해 아들, 딸을 키웠다. 먹고 사는 것 자체가 최우선이었던 시절엔 다른 가치는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그 시절 어머니들에게 '장래희망'이라든가 '자유연애' 같은 것들은 없었을지라도 먹고 살아남는 일이 숭고한 만큼 어머니의 삶은 숭고했다.

오는 5월 10일 배우 손숙이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선보일 연극 '어머니'는 바로 이 같은 우리의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손숙은 이날 극중 '황일순'이라는 여자를 통해 일제강점기, 6.25전쟁, 산업화 등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견뎌온 공통의 기억 속 '어머니'들을 회고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손숙의 연기 인생 50여년 중 구로를 찾는 첫 번째 공연이기도 하다. 배우 손숙을 지난 13일 오전 11시경 만나 연극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윤택이 쓰고 연출해온 연극 '어머니'는 1996년 5월 동숭아트센터에서 초연했다. 손숙이 주연을 맡기 시작한 건 1999년 경. 연출가 이윤택은 함경도 사투리를 쓰던 황일순을 경상도 사람으로 수정하면서 경남 밀양 출신 손숙에게 섭외를 의뢰했다.

손숙은 "이윤택 씨가 자기 어머니를 모델로 쓴 것이지만 어떤 부분은 거의 우리 어머니 같다. 그 시대의 어머니들이 비슷하지 않겠나"라며 공연을 이어가는 동안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손숙은 연극을 빗대며 "오늘의 한국은 어머니들의 희생을 기반삼아 만들어진 나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든, 전쟁에 끌려가든, 외국으로 돈벌이를 나가든 당시 어머니들은 집 떠난 남자를 기다리고 집을 지키고 자식을 키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관객 중에는 40~50대 남성들이 상당수라고도 했다. 자신들의 어머니를 직접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는 중년 남성들이 유독 많다는 전언이다.

손숙은 1999년 초연 이후 한 해를 제외하곤 매년 15년 동안 '어머니'를 공연을 해왔다. 첫 공연 당시 정동극장에선 20년 동안 이 공연을 같이 하자며 20년 후 극장 앞에 동상을 세워주겠노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손숙은 극장과는 별개로 농담반 진담반으로 뱉었던 당시의 발언을 지키기 위해 매년 노력 중이다.

특히 1999년 경 환경부 장관을 맡게 됐음에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모스크바 공연을 강행했던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다행히도 손숙은 이날 공연을 인생 최고의 공연 중 하나로 꼽았다. 당시 러시아 관객들은 한국어로 공연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연극이 끝난 후 15분 동안이나 기립박수를 건넸다. 전쟁 등 비슷한 근현대사의 아픔을 겪은 러시아인들은 이 작품에 크게 공감했다.

손숙은 "모스크바 공연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럴 때)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냐면 이런 관객들 앞에선 내가 죽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 무대에서 죽으라면 죽을 수 있다. 배우는 박수에 약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어머니 공연으로만 10여 개의 지역을 돌아다니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손숙은 꾸준히 연기 인생을 펼치고 약속을 지켜나갈 수 있는 동력도 단연 '관객의 힘'이라고 판단했다. "관객이 늘 호응해주고 함께 울어주고 웃어주니까 그 힘으로 하는 것이다. 20년 하고 싶어도 관객이 없으면 막 내려야 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손숙이 말하는, 연극을 흥하게 만드는 좋은 관객은 몰입하는 관객이다. 관객이 함께 울고 웃으면 배우는 자기의 100~150%를 끌어낸다. 반대로 관객이 산만하면 그날은 배우의 연기도 빛을 발하지 못한다.

다만 관객만큼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연장 운영 마인드도 지역의 공연 문화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미친다는 조언도 놓치지 않았다. "공연장을 어떤 공연으로 채워야할 지에 대한 계획이 없는 지자체가 많은 것 같아요. 인구 20~30만에 무슨 1000석 1500석이 왜 필요해요. 1년에 몇 번 무얼 하려고. 지을 땐 그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극장만 크게 짓고 애들 학예회나 하고 그러면 몇 년 지나면 극장 자체를 못 씁니다.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오는 5월 15일 일요일 하룻동안 열리는 연극 '어머니'는 오후3시와 오후5시 2회에 걸쳐 진행한다. 가격은 2만~5만원. 하지만 구로구민(10%)이나 아트밸리 웹회원은(20%) 할인 받을 수 있다. 친구끼리 공연을 봐도 25%, 어버이나 가족도 30% 할인된다. 이밖에 선착순 200명을 대상으로 40% 할인 적용한 효도선물티켓이나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만65이상 어르신은 50%할인도 있다.

손숙은 "우리 어머니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어떻게 자식을 키워 여기까지 왔는지, 그런 어머니들이 있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며 "어려움 없이 굉장히 많이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고 슬프기만 한 게 아니라 굉장히 재밌다. 이 어려운 세상에서 두 시간정도 다른 세상을 보는 것도 좋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구로구민들에게 추천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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