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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71] "서로 이러고 살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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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71] "서로 이러고 살지 맙시다"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5.01.23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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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변함없이 구로구지역아동센터협의회는 케이블 업체인 (주)C&M의 희망연대노조에서 아동청소년심리정서사업을 지원받게 되었다. 지난해 잠시 구로구 관내 지역아동센터 아동들 중 이런 지원사업이 필요한 아동을 선정하고 치료를 받게 하는데 관여를 하게 되면서 C&M사의 비정규직 싸움에 자연히 응원하는 편에 서게 되었다.

인연이 없더라도 사연을 들으면 자연히 그러할 진데. 도움까지 받는 입장에서 은인들이 어려운 사정이라 하니 차마 모르쇠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C&M사를 사들여 경영을 하고 있는 외국계 자본이 회사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팔아먹기 좋게 하청을 준 케이블 방송 노동자들을 대량해고 하려 하였고, 특히 말도 안되는 노동조건을 감내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근로조건을 개선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해고의 일순위에 올랐다니 '블루칼라 장그래'를 위해 나도 힘을 보태고 싶었던 것이다.

해고 싸움은 목숨 싸움이었다. 한여름 푹푹 찌는 더위에 광화문 C&M 본사 앞에서 하청 업체의 가짜 사장말고 진짜 사장 나오라고 목이 빠지게 소리치던 것이 한겨울이 되어도 끝날 줄을 모르더니 노동자 두 명이 결국 전광판 위에 올라 목숨을 걸어 겨우 타결이 되었다.

겨우 C&M은 타결이 되었지만 그보다 더 대기업인 LG와 SK브로드밴드는 비슷한 시기에 역시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싸움을 시작하여 아직도 해결을 못보고 있다고 한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지만 이들 대기업이 통 꿈쩍을 안하니 소비자가 항의하는 기자회견에 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참석을 하게 되었다.

C&M은 지원을 해주는 곳이니 가고, LG나 SK는 아무 연고가 없는 곳이니 모른 척한다는 야박한 짓은 도저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집에서 인터넷선이나 케이블 방송 선을 연결하면 흔히 마주치는 분들이다. 항상 정중하고 공손한 그들의 서비스 뒤에 해고의 불안한 칼날이 숨겨져 있었다.

기자회견을 하기로 되어 있는 남산의 LG 본사 앞은 이미 경찰차가 서너 대 와 있었다. 도대체 뭐가 허용되고 뭐가 허용되지 않는 건지 분간이 안되는 나라에 살다보니 경찰만 보면 주눅이 들고 무섭다.

기자회견이 시작될 무렵이 되자 경찰은 우루루 성채처럼 우뚝 솟아있는 LG본사를 호위한다. 경찰의 호위를 뚫고 용감히 LG건물의 화장실을 다녀오면서 지금 시대에는 부디 국가와 갈등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간절히 빌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기실 국가는 이해당사자들의 중재에 힘써야 하지만 국가가 이미 이해당사자들의 일방에 서는 눈치가 뚜렷하고, 때로는 마치 스스로가 이해당사자처럼 구니 국가와 갈등을 빚는 힘 없는 개인은 어디 한 군데 설 자리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LG나 SK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줄을 맞춰 차가운 바닥에 앉아 있고 우리는 마주 보고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곳에 기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딴에는 자리라고, 예의를 갖출 생각으로 모자를 벗고, 장갑도 벗어야하지 않을까 고민을 했지만 날이 너무 추워 도저히 장갑을 벗을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모자를 향한다. 찬바람에 몸은 견디질 못하고 한쪽 눈은 주책없이 눈물을 흘려 대니 이를 찍어내는 것도 진땀이 난다. 그런데 찬 바닥에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사람들을 보니 감히 무어라 말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깃발은 펄럭이건만 깃대는 갸냘프고 어디를 얼마나 끌려 다닌 깃발인지 가까이 보니 꼴이 말이 아니다. 이러고 안간힘을 쓰는 걸 식구들이 보고 있으면 아마 미쳐버릴 지도 모르겠다. 어찌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할 기회를 얻자마자 '얼른 모자부터 쓰시고, 속에서 열불난다고 몸을 돌보지 않으면 안된다'고 식구들 대신 우선 당부부터 전했다.

세상에! 어쩌면 좋을까? '서로 이러고 살지 맙시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SK와 LG. 그리고 정부 참 어쩔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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