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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89] 결혼이주여성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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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389] 결혼이주여성 커뮤니티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4.11.14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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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 따뜻한 '이웃'

중학교 영어교사였던 오지연(40, 구로1동)씨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지난 2000년 7월, 우즈베키스탄에 KOICA해외귀국봉사단원으로떠났다. 생면부지타국에서 오지연 씨는 세계경제외교대학생들을 대상으로 2년간 한국어를 가르쳤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한국으로 돌아온 오지연 씨는 비로소 다문화가정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 올 4월까지 화원종합복지관에서 결혼이주여성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한국어수업을 마친 뒤 교실과 교재를 뒤로하고 만난 자리에서야 비로소 그들과 속내를 나눌 수 있었다.

이들과 좀 더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던 오지연 씨는 지난 10월 13일, 구일로 SK 허브수 놀이터 앞에 '한그루'라는 아늑하고 아담한 카페를 오픈했다. 그리고 그 취지를 십분 살려 '결혼이주여성커뮤니티'를 결성했다.

"학생과 교사와의 만남은 아무래도벽이 있기 마련이잖아요.카페'한그루'를 열린 공간으로 사용해 가끔은 언니, 엄마로, 또는 친구가 되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줘요. 그리고 카페에 올 때는 꼭 두 명이상 함께 오라고 권해요. 혹시나 손님이 계시면 혼자 멀뚱하게 있게 되니까요. 그리고 작은 공간에서 찻잔을 사이로 이야기 나누다보면 서로 친해지기도 쉬워요."

이곳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은 한국어나 한국 문화, 그리고 자녀 상담 및 가정 상담 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나누고 공유하고 배운다. 각 문화의 전통놀이를 배우고 문화체험을 하며 음식수업도 한다. 특히 '한국요리 프로그램'으로 불고기, 잡채, 레몬청, 김밥, 김치, 보쌈 등 특강이 인기가 높다. 보통 목요일, 금요일 오전에 모여 요리를 하면서 서로의 어려운점을 이야기하고, 만든 음식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공동체를 형성해간다. 이 프로그램은 무지개디딤돌 지원 사업으로 진행되고, 강사는 KOICA 해외귀국단원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다. 가끔, 구로구다문화 서포터즈 외국인 명예통장의 깜짝 방문으로 각 지역의 정보를나누기도 한다.


한국에 온 지 4년이 되어가는 마지(28, 개봉동) 씨는 "요리를 배워서 남편에게 한국음식을 해줄 수 있어 좋다. 이곳에 오는 친구들이 국적과 언어가 다르지만 한국어로 얘기하면서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러이(26, 구로5동) 씨는 "한국의 모든 문화가 낯설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살다보니 시어머니가 한국음식을 다 하신다. 나도 한국 음식 잘 배워서 해드리고 싶다"면서 앞으로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어·한국문화를 배워서 진정한 한국인이 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결혼이주여성커뮤니티'는 결혼 이주여성의 한국정착을 돕고, 취약한 육아·교육정·관공서 관련·의료정보를 공급해서 결혼 이주여성들도 동등한 혜택을 받게 하는데 목적이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이것이다. "결혼 이주여성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차별과 멸시에요. 말하지 않아도 눈길로도 느낄 수 있지요. 그런 불편한 시선과 무시하는 듯한 말투가 참기 힘들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세계시민의식'을 키워주고 싶어요."

 얼마 전 구로구마을공동체, 마을학교사업으로'세계문화수업'을 기획해서KOICA 해외귀국봉사단원을 강사로 초등학생들에게 수업을일주일에 1번씩 일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이 불편하거나, 어색한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를 인정하는 열린마음과 열린사고로 아이들이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기를 바라서다. 앞으로는 결혼 이주여성이 한국인에게 자국의 요리를 가르치는 수업을 진행하고싶단다.

또 그 요리를 만들어 장터에 팔아 수입을 얻는 기회도 함께. '결혼이주여성커뮤니티' 유지연 씨는 그렇게 10년 안에 '한그루'가 하는 일이,두 그루가 되고, 세 그루로 번져나가는 꿈을 그리고 있다.

■ 회원 마지(필리핀) 러이(베트남) 이수진(베트남) 타오(베트남) 장승영(중국) 사림(캄보디아) 나은혜(베트남) 도메유랄리아(필리핀) 따냐(러시아)땅리이 무이(베트남) 로안(베트남)브이티베(베트남)황새평(중국)신채리(필리핀)안주희(베트남)에밀리(아르메니아)육하은(베트남)이영자(중국)이주현(베트남)주엔(베트남)줄리(필리핀)쩡티안(베트남)취티취장(베트남)캄파(라오스)키요미(일본)튀티(베트남)텀(베트남)틴디민지(베트남)함쏘말라(캄보디아)홍련화(중국)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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