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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55] 마을만들기 결혼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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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동이야기 55] 마을만들기 결혼만들기
  • 성태숙 시민기자
  • 승인 2014.10.06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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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푹 빠져 보고 있는 드라마가 있다. 달달한 연애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데, 사회에서 자리를 잡느라 애인에게 소홀했던 남자가 여자가 헤어진 지 한참 후 다시 만나서 사랑을 되찾아 보려고 애쓰는 걸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만하면 무슨 드라마인지 감이 좀 올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때 두 사람이 헤어진 결정적 이유가 바로 관혼상제 때문이다. 남자가 애쓰는 것이 너무 안타깝지만 여자의 상처가 얼마나 클지 잘 알겠기에 안타까운 마음으로만 지켜보고 있다. 인륜지대사라고 불리는 관혼상제의 의미가 다시 되짚어지는 순간이다.

지난 일요일 구로동에서도 어떤 아가씨 한 명이 시집을 갔다. 다른 지역아동센터이긴 하지만 동료인 그녀의 결혼을 몰라라 하긴 그래서 일요일에 있는 아이들 수업도 다른 날로 미루고 결혼식에 참석을 했다.

열심히 종교생활을 하며 진보정당의 일꾼으로 구의원에도 출마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 일을 열심히 해오던 처녀인지라 결혼식이 떠들썩하겠다 싶었다.

근 한 시간 동안을 몇 번을 일어났다 앉기를 반복하는 혼례성사에 처음 참석해본 나는 꽉 차있는 손님과 변해버린 그녀의 다소곳한 자태에 눈이 휘둥그레질 뿐이었다. 게다가 오래 못 본 동네 사람들과 계속 인사를 나누느라 한편으론 반갑고 한편으론 조금 분주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혼례성사를 지켜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이미 식당을 차지하고 밥을 먹어버려 더 이상 식사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은 순간이었다. 평소 그녀가 얼마나 성실하게 동네살이를 하는지를 곁에서 지켜본 터이라 손님이 많겠지 하고 상상은 했지만 차마 그 정도로 동네사람들이 몰려갈 줄은 차마 상상도 못했다.

식장에서 식사비로 나누어주는 봉투를 받아들고 일행을 이루어 식사를 하고 마침 식장이 있는 동네의 마을 까페가 나름 이름이 있는데 그 곳에 가보자는 생각에 모두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결혼식에 오느라 모처럼 정장 신발을 챙겨 신은 선생님 한 분은 아예 구두를 반쯤 걸친 채 한 시간 남짓 초행길을 함께 헤매서 겨우 까페에 도착했다.

갖가지 모임이 만들어지고 이런저런 일로 동네 사람들을 잘 불러 모으는 그 마을 카페는 생각보다 소박한 모습이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자고 마음을 내는 것은 역시 주인장의 남다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분명해지는 순간이다. 조금 다리를 풀고 나니 이발을 하러 나갔던 주인장이 돌아와서 한참 한담을 함께 나누고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주말에는 잘 울리지 않는 전화가 운다. 구로에서 마을을 만드느라 애쓰고 있는 '마생단'(구로마을공동체지원사업단)에서 일하고 있는 이의 전화였다. 처음 마생단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무슨 화적떼 이름이냐, 아니면 마적떼 이름이냐 하고 생소하던 생각이 떠올라 피식 웃음을 띄며 전화를 받았다. 마생단은 최근 구로의 예산 공부를 해보자고 모임을 준비 중이다.

전화를 끊으며 모처럼 일요일 하루가 마을살이로 다채롭게 빛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살이란 무릇 이런 것이 아니겠는가? 관혼상제의 중요한 사람살이를 외면하지 않고, 사랑방을 만들어 서로 정을 쌓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며, 서로의 생각과 마음과 지혜를 모을 수 있는 공부와 세상살이의 안목을 함께 쌓아가는 일에서 마을살이란 늘 빛나게 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글로벌'을 외치던 때가 있었다. 그런 탓인지 이제 구로동에서도 외국인들이 전혀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이젠 그런 시류가 돌아서서 이제는 마을, 말하자면 '로컬(local)'을 강조하고 있으니 참 새삼스럽다. '로컬'을 외치든 '글로벌'을 외치든 봉황의 깊은 뜻을 한갓 참새가 어찌 다 헤아릴까. 그래도 참새가 살아남는 법은 어찌 되었던 한 가지다.

참새란 모름지기 함께 날아다녀야 하는 법이다. 작은 것일수록 모여 살아야 살 길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성태숙 참새, 일요일 반납하고 오늘 애 많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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