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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29] 우리아파트 부녀회장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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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웃 29] 우리아파트 부녀회장의 꿈
  • 공지애 기자
  • 승인 2014.02.14 2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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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아씨(고척2동)

마을공동체사업이 핫이슈로 떠오르던 2012년, 박정아 씨는 마을공동체리더교육에 참가하면서 사고의 전환점을 갖게 됐다. "사람은 평생 추억을 먹고 살잖아요. 우리 어릴 때를 되돌아보면 한밤중까지 놀아도 안전 걱정 전혀 안 했는데 지금은 다르잖아요. 게다가 이기적인 모습으로 변해버린 이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 커서 어떤 추억을 간직할 지 상상해보니 아찔하더라고요. 아이들이 저와 같은 추억을 가지고 자란다면 저와 같은 공동체 마인드가 생길거란 확신이 들었어요."

2013년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마을공동체 사업 공모에 당선되어 차근차근 추진해나갔다. 먼저 주민들을 대문 밖으로 불러내는 일이 먼저라는 생각에 최근 주부들의 관심사를 리서치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공예자격증과정 수업이었다. 취업이나 부업으로도 연계가 가능해 많은 주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다.

단지 내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되는 수업에 그동안 아파트에서 못 보던 주민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20명 수강생 중 7명이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박정아 씨는 수료생들이 다시 주민들에게 수업을 지도할 수 있는 기회롤 마련해주었다. 무턱대고 "해라"하고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먼저 연구하고, 주민강사와 함께 세세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업에 참여해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렇게 수업을 한 달 진행한 주민강사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적은 금액이지만 주민강사에게 사례비를 지급하니 좋아하시더라고요. 아이들에게 인정받고, 남편의 지원을 받게 됐다면서요."

입소문이 나자 단지 밖 동네 주민들이 배우려고 찾아왔고, 타 아파트 등에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또 작년 여름방학을 이용해 주민강사가 진행하는 '엄마와 함께 하는 냅킨공예'수업, 방학과제물을 위한 북아트 수업을, 그리고 주민중학생이 진행하는 '선배가 가르치는 역사'수업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11월, 구로구 우수성공사례 대표로 서울시 공동주택공동체 활성화 사업 우수사례 경연대회에 참가해 타지역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왔다. 마을공동체기금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공동체사업을 할 수 있는 씨앗역할을 해주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사업을 시작할 엄두가 되었다.

또한 작은도서관 자원봉사자 모집을 위해 낸 아이디어가 영화보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조조영화 한 편 보고 점심은 자비충당이었는데, 그래도 주민들이 모여주었다. 그렇게 공감대가 형성되고, 필요한 부분을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동안 계기가 없었던 것 뿐, 마음이 있는 주민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죠."

또 4강으로 준비한 핸드드립 강좌도 지난 9월~11월까지 3차나 진행할 정도로 주민들의 참여율이 높았다.
"부녀회는 자생단체이지만 혹시라도 싫은 소리들을까봐 몸을 사리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내가 사는 단지에서 약간의 수고로움이 오히려 내게 도움으로 돌아온다면 해볼만한 일 아닌가요? 가뜩이나 반상회도 없어져 이웃만나기 힘든데 주변아파트를 보면 부녀회마저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요. 시공모 사업 등으로 사라지는 아파트 부녀회의 활동이 부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구로구 마을공동체팀의 마을상담가로도 활동 중인 박정아 씨는 "구청에 문의만 하면 마을상담가들이 언제든 찾아가 사업계획수립부터 진행까지 도움을 준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지원받은 프로그램만 운영하면 그 지원이 끊어질 때 아무 것도 남지 않는다. 그래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또 그 프로그램을 통해 강사를 양성해 주민들의 자생동아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는 60~70대 초보할머니들이 손자의 육아를 담당할 수 있도록 육아관련교육과정과 동화구연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그러면 3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박정아 씨는 "우리 아파트로 오고 싶다"는 타주민 이야기, "강의할 자리를 마련해 주어 내 꿈을 펼칠 계기가 되어 고맙다.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는 주민 이야기를 들을 때 준비하고 진행하며 힘들었던 피로가 한 순간에 풀린다.

어떻게 일 년 동안 이렇게 많은 일들을 진행했냐, 어려움도 많았겠다는 질문에 박정아 씨는 시원하면서도 단순하게 대답했다. "목적은 하나예요. 내 아이에게 살기 좋은 마을, 아름다운 미래를 물려주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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