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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답답해 잠도 안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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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답답해 잠도 안온다”
  • 구로타임즈
  • 승인 2003.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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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 기획> 강제 출국 앞둔 조선족 표정

조선동포들 “갈 수 없다” 한숨과 애원

'조선족타운‘ 가리봉시장도 ’썰렁‘



국내에 거주한 지 3년 이상 된 불법 체류자에 대한 강제 출국 시한인 3월이 다가오면서, 중국 동포들은 요즘 마음이 갑갑하다. 이런 마음을 같이 달래려는 것일까. 설을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2일(수) 구로6동에 위치한 서울조선족교회는 중국동포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중국동포 초청 설날 큰잔치’에 대한 기대를 나누면서도 옆 테이블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제출국관련 상담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한국에 온지 5년 되었다는 한 동포(59,흑룡강)는 “하도 답답해서 요즘은 잠도 안 온다. 빚이라고 갚아야 하는 데… 뭘 해도 손에 안 잡힌다. 3월 달에 쫓겨나야하는 판국에 무슨 일이 되겠는가. 시한부 인생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국동포와 상담을 하고 있던 교회 관계자는 “오는 3월 강제 출국을 앞두고 상담건수가 지난달에 비해 100%증가해 지금까지 300여명이 상담을 하고 갔다”며 “대부분의 동포들은 갈 수 없는 처지에 방법 없는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룬다”고 밝혔다.

현재 구로구와 금천구에 거주하는 중국동포는 대략 최소 3만 여명으로 추산된다. 자격이 되는 일부에 한해 출국유예 1년 연장 신청이 진행되고 있지만 해당자가 적고 현실을 너무 모르는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리봉 시장에서 만난 최금녀(58세,중국 연변시)씨는 “돈을 벌기 위해 2001년 2월 1000만원을 빚져 들어왔지만 빚도 갚지 못했다”고 하소연하며 “그냥 다시 돌아가라는 것은 죽으러가라는 것과 같다. 추호도 갈 마음도 없고 갈 수도 없다. 빚만이라도 갚게 해 달라”고 애원했다.

건설업종에서 일하다가 골절상을 입고 월급도 떼였다는 이모(53,중국 심양시)씨는 “그동안 벌어놓은 1000만원은 사기까지 당했다”며 “이런 상황을 해결해주지는 못할망정 쫓아내려는 것은 서로 원수지간이 되자는 얘기”라며 울분을 토했다. 중국 길림성에서 온 정모씨(56)는 “더도 말도 여권 기한인 5년 동안만 있게 해 달라. 그 이후에는 자진해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단속이 가까워져 오면서 일명 조선족 타운으로 불리는 가리봉 시장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의류장사를 하는 한 주민은 “상당수의 동포가 빠져나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인 통 손님이 없다. 매출도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고 전했다.

서울조선족교회 최황규목사는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해도 어쩔 수 없이 도망쳐 다녀야 하는 게 동포들의 처지다. 고국에 온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쫓아내면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 당장 한국기업이 중국에 진출했을 때 이미지가 좋겠냐”며 “민족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일단 모든 외국인에게 1년 출국유예를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jul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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