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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25]무용지물로 전락한 지역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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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25]무용지물로 전락한 지역방송
  • 장호순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 승인 2013.09.30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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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은 하루 평균 3시간 남짓 TV를 시청한다. 그 3시간 중, 뉴스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영화도 보고 토크쇼도 보고 다큐 프로그램도 본다. TV채널 숫자도 세기 힘들 정도로 많다. TV는 지역정보를 입수하는 주된 경로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 의하면, 서울-경기 지역은 지역정보 TV의존율이 23% 정도인데, 대구-경북 지역은 50%, 강원지역은 62%로 나타났다. 지역규모에서도 차이를 보여 대도시 지역은 37.9%, 군단위 지역은 45.6%가 지역정보를 얻는 주된 수단으로 TV를 지목했다. 비수도권일수록, 지역규모가 적을수록 지역정보 TV의존율이 높은 것이다.

그러나 TV에서 제공하는 지역정보와 뉴스는 매우 제한적이다. 채널도 적고, 방송 시간 역시 매우 적다. TV채널 중 지역 정보나 뉴스를 제공하는 채널은 4개 뿐이다. KBS, MBC, SBS를 비롯한 지역민방, 그리고 유선방송국의 지역정보채널이다.

KBS는 서울 본사 외에 18개의 지역방송국이 있다. MBC는 서울본사의 자회사인 지역 MBC가 역시 18개 전국에 분포한다. 지역민방은 서울의 SBS를 비롯해 11개가 전국에 배치되어있다. 유선방송사업자게 제공하는 지역채널은 94개인데 이는 유선방송 가입자만 볼 수 있다.

지역방송이 전국에 골고루 흩어져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역할 때문이다. 하나는 서울에서 제작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전국 각 지역으로 골고루 중계해주는 역할이고, 두 번째는 각 지역의 뉴스와 정보를 지역주민들에게 제공해주는 기능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능 모두 불필요한 세상이 되면서, 지역방송은 지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과거 TV채널이 3-4개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중계소가 필수적이었다. 기술적으로 TV전파를 보낼 수 있는 최대거리가 40-50km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에 중계기를 설치하지 않고는 전 국민이 동시에 TV를 시청할 수 없었다.

당시 지역방송국의 주된 임무는 중앙방송에서 송신받은 프로그램을 중계기를 통해 해당 지역에 골고루 전파하는 것이었다. 주 수입원도 서울 프로그램의 중계를 댓가로 얻는 수수료였다. 그러다 보니 굳이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열심히 제작할 필요가 없었고, 지역방송국을 소유한 것만으로, 혹은 거기서 일하는 것만으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보상이 뒤따랐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지금은 지역의 중계소를 거치지 않고 바로 위성이나 유선을 통해 서울에서 제작한 방송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중계소로서의 지역방송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지역방송의 위기는 지역방송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많다. 중계소 역할에 만족하면서 지역주민을 위한 방송 보다는 서울 본사를 위한 방송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지역을 대표하는 언론이면서도 지역의 정체성이나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것이 지역방송이다. 서울에서 만든 세련된 뉴스가 끝나고 난 후, 잠깐 말미에 보여주는 부실한 지역뉴스를 시청하면서 시청자들은 자신들이 이류국민임을 새삼 자각하게 된다.

그나마 지방 대도시에 위치한 지역방송국의 뉴스는 정작 시청자가 살고 있는 지역과는 무관한 뉴스들이 대부분이다. 그래도 그런 지역방송이 비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주된 지역정보 습득수단이라는 점은 대한민국의 지역현실이 얼마나 열악하고 암울한 지를 보여준다. 지역주민을 위한 지역방송으로 거듭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지역방송은 흑백 TV수상기   처럼 역사의 유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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