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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17]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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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희망읽기 17] 지방대학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
  • 장호순교수(순천향대 신문방송학)
  • 승인 2013.05.27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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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가장 두드러진 지역적 불균형 중의 하나가 대학이다. 소위 '일류' 대학이라는 곳은 대개 수도권에 모여 있다. 속칭 '인 서울(In Seoul)'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대학의 위치가 중요한 사회이다.

지방대학은 부실대학이고, 지방대학 졸업자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편견도 뿌리 깊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강제 폐쇄한 6개 부실대학들이 모두 지방대학들이었다.

그래서 지방거주 학부모들은 높은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수도권 대학에 자녀를 진학시키려고 노력한다.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 발표에 의하면, 지역별 고교졸업자의 수도권 대학 진학 비율은 충남 21.5%, 전남 18.3%, 충북 15.6%, 광주 14.4%, 대전 14.5%였다. 지방학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선호하다보니, 수도권에 거주하지만 지방대학으로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결국 지방대학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지방학생들과, 성적에 밀려 수도권 대학진학에 실패한 수도권 거주학생들 위주로 구성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지방대학 졸업자에 비해 수도권 대학 졸업자들에게는 취업기회도 많고 소득도 높은 현실에서 지방의 우수한 고교생들이 수도권 대학에 진학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대도시 문화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에게 수도권 대학은 학업적 기회 외에 세련된 도시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리미엄까지 제공한다. 역으로, 대한민국에서 지방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낙오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대전에 위치한 KAIST나 포항에 위치한 포항공대는 수도권 일류대학보다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지방대학이라는 이유 때문에 우수학생 유치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대한민국 대졸자의 대부분이 지방대학 졸업자이다. 한국대학연구소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2년 전체 대학생 298만 8천명 중 61.7%에 달하는 184만명이 지방대학에 재학 중이다. 대학의 숫자도 지방대학이 훨씬 많다. 전국의 187개 4년제 일반대학 중 117개 대학이 지방에 위치해 있다. 그나마 지금까지 지방대학이 버텨온 것은 수도권에 살면서도 지방대학으로 진학해야 하는 학생들 덕분이었다.

그러나 출산율 감소로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지방대학의 학생수급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지방 학부모의 수도권 대학 선호현상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지방대학 유입 수도권 학생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방대학을 육성하기 위한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각종 대학지원 정책에 수도권 대학과 비수도권 대학을 균형있게 포함시켰고, 지방대학 재정지원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전남 순천의 명신대, 강진의 성화대, 전북 김제의 벽성대, 경북 안동의 건동대, 충남 천안의 선교청대 등 지방대학을 강제 폐쇄시켰다.

궁극적으로 지방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지역적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서비스업은 수도권, 생산제조업은 지방으로 이원화 되어 있는 한국산업구조에서,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할 만한 좋은 일자리가 지방대학 주변에는 거의 없다.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그로 인해 지역불균형이 심화되는 악순환은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방대학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다면 지역균형발전은 불가능해진다. 지역사회의 경쟁력도 향상될 수 없다. 지역균형과 지방자치가 정착된 미국이나 유럽은 명문대학의 대부분이 지방대학임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수한 고졸인재가 인근 지역의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 그 지역사회에서 거주하고 활동하면서 지역사회의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원동력이 되는 선진국형 대학교육 시스템을 조속히 확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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