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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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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산다는 것
  • 성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2.06.26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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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류시장 안 떡집을 취재하면서 사장님의 "나, 바라는거 하나 없어. 그저 이곳에서 먹고 살게 끔만 해줬으면 좋겠어"라는 마지막 말씀이 알 수 없는 먹먹함으로 메아리친다.


 90년 중후반 대형할인마트가 이곳 저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주일에 그곳에서 장을 보지 않으면 왠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자가용이 없던 그 시절 4살 난 딸아이와 2살 난 아들을 데리고 택시를 이용해 가며 힘들게 마트를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우리 집 아이들은 떡을 유난히 좋아한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하여 좋다는 떡집을 찾아 배달시켜 먹었다. 그것도 유명한 브랜드의 방배점에서. 국내쌀 사용. 향·색소 무첨가. 주문 후 제작 … 한번도 가보지 않은 떡집의 싸이트 문구만을 믿은채.


 어디 이뿐이었을까. 내 눈앞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믿기 보다는 남들의 평판을 더 믿고 그대로 따라 살아야 현명한 현대인이 되는 줄 알았다.


 동네 상권이 죽어가고, 시장이 문을 닫고, 그로 인해 살만한 동네가 못된다며 타지역으로 떠나는 사람들을 어찌 뒤숭숭한 사회 탓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떡집 사장님이 먹고 살만한 곳이 못되는 동네라면 나에게도 먹고 살만하지 못한 곳이다. 반대로 떡집 사장님이 먹고 살만한 동네라 하면 나에게도 그러할 것이다. 먹고 살만한 동네는 특정한 그 누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나'가 모인 '우리'가 만든다.


 내게 필요한 물건을 내 가까이에서 구하고, 내가 만든 물건을, 내가 팔고자 하는 물건을 내 가까이에서 이용하는 곳이 먹고 살만한 동네의 시작이 아닐까.


 오늘도 장바구니를 들고 아이들 간식과 저녁 찬거리를 사러 오류시장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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