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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말로 상처 주지 않았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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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말로 상처 주지 않았으면 해요"
  • 성진아 시민기자
  • 승인 2012.05.1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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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어려운 환경극복상을 수상한 김태영군(정진학교)의 어머니 이양희씨

어린이날을 맞아 수여된 서울시 어린이부문 어려운 환경극복상은 우리 지역에 소재한 장애인 특수학교인 정진학교(궁동) 6학년에 재학중인 김태영 군이 수상했다. 지난 3일 수상자 태영 군의 어머니 이양희 씨(43)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양희 씨는 "상을 받아 기쁘다. 하지만 상을 받지 못한 다른 학교친구들에게 미안하다. 모든 친구가 다 받았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태영 군을 대신해 소감을 말해주었다.


 이 씨는 "태영이가 뱃속에 있을 때 많이 작았다. 의사의 권유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아 낳았다"고 출산 당시를 회상했다. 갓 태어난 태영 군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두 다리가 벌어져 있었다. 손가락 두 개도 펼쳐지지 않았다. 생후 3개월 만에 손가락 수술을 받았고, 두 돌이 지나 다리 수술을 받았다. 그 후 다른 아이들처럼 걸을 수 있었다.


 태영군은 지난 2004년 봄 지적장애판단을 받았다.
 "덤덤했다. 태영이가 태어나면서 장애를 지고 가야함을 알았었다. 그러나 애들 아빠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인정하게 되었고, 나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태영이를 병원치료 받게 했다. 태영이의 애교에 마음이 열린 것이다. 일찍 퇴근하는 날이면 유치원에 들려 아이를 데려오기도 했다." 이 씨는 태영이가 유난히 아빠를 따른다고 말했다.


 태영 군에게는 미술특성화 고등학교에 재학중인 누나가 한 명 있다. 몇 년 전 암수술을 받은 시어머니 간병과 태영이 치료를 위해 복지관을 오갈 때 딸아이에게 사춘기가 왔다. 사춘기와 함께 심한 우울증도 따라왔다.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힘들어 한다.


 작년에는 이 씨도 항문암 수술을 받았다. 서른다섯 번의 방사능치료로 피부가 헐어 걷기조차 힘들었다. 다행히도 초기에 발견된 암은 완치되었다고 한다. 현재 아이들 아빠도 몸이 좋지 않아 2년째 일을 쉬고 있다. 태영이의 발육이 늦어 6년째 맞아오던 성장호르몬도, 딸아이의 뒷바라지도 생활이 어려원져 중단한 상태.


 복지제도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 그러나 어머님 명의의 집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10만원이 조금 넘는 장애수당을 받을 뿐이라고 한다. 주소를 이전해 지원을 받으려 했지만 타고난 성품이 그러지도 못했다.


 하루는 이동차량을 지원받으려 했으나 "걸을 수 있는 태영이가 차량을 쓰면 진짜 차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쓸 수 없다"는 애들 아빠의 권유로 차량을 쓰지 않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


 장애인 복지개선에 대해 이 씨는 "바우처가 장애1급까지 제공이 되는데 지체장애의 경우 2~3급은 실제적으로 혼자 다니는 것이 어렵다. 도움이 많이 필요한 그들에게도 혜택을 주었으면 좋겠다. 특히 활동보조서비스의 폭을 넓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장애인들에게 제공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한 장애와 그렇지 않은 비장애로만 나뉘어 도움이 필요한 모든 장애인들에게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작년 정진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케익을 잘 만들어 일본을 다녀왔다. 지금은 강남 어느 레스토랑에서 일을 한단다. 그 친구가 처음 학교에 왔을 때는 아무도 케익을 만들것이라 생각을 못했단다.


 이 씨도 태영 군이 학교를 졸업하면 직업을 갖기를 바란다. "돈을 벌기위해서가 아니다. 내 아들이 매일 매일 출근하여 일하는 것을 바란다. 귀농도 생각을 해봤다. 지금은 케익을 만드는 친구를 보면서 내 아이도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믿고 희망을 갖는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장애를 얻기도 하지만 살면서 장애를 얻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장애를 안고 살아 가기도 한다.


 이 씨는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사정을 모른 채 말을 함부로 해 상처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1시간이 넘는 인터뷰의 끝인사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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