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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집'에서 꼭 살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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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그집'에서 꼭 살게 되기를
  • 김상정(궁동, 주부)
  • 승인 2011.07.11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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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아휴직 3년차, 아이 둘을 키우면서 사람들 만나는 게 어려웠던 지난 5일 아이 둘을 데리고 외출을 감행했다.


 7월 4일자 구로타임즈 기사 '어느 장애인시설장의 눈물'을 보고 말이다. 지난 봄 우연히 길거리에서 마주친 이들이 혹시 그 시설에 있는 이들이 아니었을까?


 만삭의 몸을 하고 첫째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산책을 하던 도중, 그들을 만났다.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들이 아니어서 기억한다.


 뇌성장애를 가진 이들은 모두들 성인이었고 그렇게 여럿이 모여서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이 오래도록 눈길을 주게 하는 광경이었다. 동네에선 처음 보는 산책하는 모습이 참 행복해보이기도 했다.


 어디서 왔지? 그 이후로 난 산책하면서 그들을 볼 수 없었고 그들에 대한 소식을 구로타임즈에서 보게 됐다.


 안타까움에 무사히 나무와 넓은 마당이 있는 '그 집'에서 모두들 살길 바라는 희망을 가지고 5일 그들을 만나 소식을 물었다. 그러나 희망은 쉽게 깨졌다. 눈물의 주인공인 장애인시설장은 결국 오랜 노력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장벽에 '그 집'을 포기하고 말았다 한다.


 장애의 90% 정도가 살면서 갑자기 아프거나 사고를 당해서 입는 경우다. 어느 누구나 장애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서 이 일은 내 일이다. 장애를 가진 내가, 장애를 가진 내 자식이 성인이 되어서 마땅히 지낼 곳이 집 외에는 없다면 감옥이 따로 없다.


 이것은 국가에서 나서서 시설을 지어도 모자랄 판에 개인이 직접 시설을 운영하겠다는데 그것마저도 안됐다.


 말도 안 되는 규정 때문에 말이다. 그게 우리나라의 현실임을 다시 확인하게 돼 맘이 아프다.


 지난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이명박 대통령은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고, 가고 싶은 곳 어디든 갈 수 있으며 작은 차이가 큰 불편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장애인 차별을 대놓고 하는 관련 규정, 또 그 규정을 이유로 사실상 시설이동을 막고 있는 관련 공무원들, 또 규정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지역 정치인들, 모두 나서서 또다시 이런 규정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없어야 한다.


 규정만 바뀐다면 수많은 그들에게 '그 집'이 생길 것이다. 규정에 없어서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을 반복할 게 아니라 규정을 되게끔 바꾸는 게 정치인과 공무원이 할 일이다.


 지켜보겠다. 지역주민으로, 국민의 한사람으로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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