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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40] 아버지가 수호천사 되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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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40] 아버지가 수호천사 되어줄께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1.07.11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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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일초 아버지회 순찰대
  장세  환    이기준  전동수 

 

"오늘도 동네 한 바퀴 힘차게 돌자고요."


 지난 7월 5일(화) 저녁 7시 영일초등학교(교장 신순옥, 가리봉동) 정문 앞. 훤칠한 키에 체격 좋은 아빠들이 보안관실로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노란색 조끼를 맞춰 입고 한 손에는 야광봉을 들었다. 다른 아빠들이 퇴근 후 술자리를 갖거나 TV 앞에서 편히 쉴 시각, 이 아빠들은 본격적인 동네 한 바퀴 순찰을 시작한다. 우리아이 모두를 위한 든든한 수호천사, 영일초 아버지회 순찰대이다.


 "전동일 교감선생님이 처음 제안해 주셨어요. 우리아이들을 위해 정말 좋은 일이다 싶어 지난번 아람단 캠프 때 아빠들과 식사하면서 함께해보자고 꼬드겼죠. 그런데 다들 반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우리아이들의 안전한 밤길은 아빠들이 지켜주자, 이것이 우리가 의기투합한 이유입니다."


 최귀남(43) 회장이 전한 아버지회 순찰대의 결성 배경이다. 영일초 아버지회는 지난 5월 19일 창립총회를 갖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1~2시간 동안 가리봉동 영일초에서부터 구로2동 구로정형외과까지 대로변과 골목길을 샅샅이 누비며 아이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 학원을 끝내고 어둑어둑한 골목길을 걸을 때 "조심해서 집에 들어가라"는 아빠들의 자상한 목소리는 아이들에게 환한 '가로등'이 되어준다.

 
 아빠들의 순찰이 횟수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마을주민들도 꼭 한 마디씩 격려의 말을 전하곤 한다. 멀리서부터 알아보고는 꾸벅 인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어 갈수록 아빠들의 어깨에 힘이 실린다.


 오정호(44) 씨는 "순찰을 돌다보면 마을주민들과도 자연스럽게 친해지곤 한다"며 "내 아이만 아니라 우리 마을 모든 아이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자부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순찰활동은 가족들로부터도 뜨거운 지지를 받는다. 광진구 건대입구역 인근의 직장에서 퇴근하자마자 쏜살처럼 달려온다는 최수한(43) 씨는 "마을에 외진 곳이 많기 때문에 늘 아이들 안전이 걱정됐었다"며 "아빠가 순찰 나간다 하면 아이도 좋아하고, 아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아빠들의 바쁜 일정을 생각해 주간 순번이나 당번을 정해두지 않았지만 매번 약속이나 한 듯 3~4명씩은 꼭 참여한다. 처음 7명이었던 회원도 조금씩 늘어 지금은 12명의 아빠들이 함께하고 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30~40대 비슷한 연령대라 뜻도 잘 맞고 얘기도 잘 통한다. 순찰을 끝내고 마을 식당에서 함께 술잔이라도 기울이면 20년 지기 동창생 분위기 저리가라다.


 최 회장은 "함께 모이면 자연스레 자녀교육에 대한 정보는 물론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게 된다"며 "서로 의지가 되다보니 마치 형제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다"고 말했다.


 영일초 아버지회 순찰대는 지금도 계속해서 회원 모집에 나서고 있다. 이 일의 보람과 기쁨을 좀 더 많은 아빠들과 나누고 싶어서다. 훗날 여력이 되면 아이들에게 사회성과 자립심을 길러줄 아빠와 함께하는 체험캠프도 운영해볼 참이다. 영일초 아빠들의 자녀 사랑은 깊고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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