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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2] 세살배기 아이의 죽음과 사회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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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72] 세살배기 아이의 죽음과 사회복지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3.30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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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전쯤 뉴스에 안타까운 소식 하나가 나왔습니다. 3살 난 아이가 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를 당하다 결국 숨진 사건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아이가 자기 친아들이 아닌 것 같다는 이유로 매일 아이를 구타했다고 합니다.


 뉴스로 그 사건을 보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그러다 문득 몇 년 전 생각이 났습니다.
 미루가 3살 쯤 됐을 때니까 지금부터 3년 정도 전이었는데, 그때 아파트 위층이 항상 시끄러웠습니다. 그냥 시끄러운 게 아니라 아이가 늘 울었습니다.


 한 번 울기 시작하면 30분은 보통이었고 한 시간씩 울 때도 있었습니다.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도 간간히 섞여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었습니다.


 "조용히 안 해!" "너 이리와!"
 아이를 때리는 것 같기도 하고, 방안에 가두고 문을 안 열어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 마다 아이는 문을 쿵쿵 두드리면서 악을 쓰기도 하고, 엉엉 울기도 하고, "엄마 잘못했어요" 하면서 빌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시끄러워서 나중엔 아이를 그런 식으로 대하는 부모가 미워서, 그리고 마지막엔 아이가 너무 걱정돼서 참고 있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딱히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몰라서 그냥 그 집 문 앞에서 서성이다가 내려오기도 했었습니다. 그때 그 아이도 3살이었습니다.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났습니다. 고등학교 동창인 친구를 20년 만에 만난 건데 그 사이에 좋은 직장 다니면서 영국 유학도 갔다 왔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문득 그 3살짜리 아이 얘기를 꺼내면서 "영국에서도 몇 년 전에 아주 똑같은 일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영국하고 한국이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냐면서 전한 말은 이랬습니다. 영국에서 아이가 아버지한테 맞아 죽었을 때 나라가 온통 한바탕 뒤집어졌답니다. 관련 부처 장관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답니다.


 영국에서는 갓 태어난 아이를 사회복지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늘 찾아와서 체크하고, 주치의도 자주 아이를 보러 들른다고 합니다. 아이가 태어나고 1년 정도 사이에 담당 공무원은 70번, 주치의도 수차례 아이를 보고 갔는데 아마도 아이 살피기를 건성으로 했던 모양입니다.


 좋은 사회복지제도가 있는 데도 아이가 맞아 죽는 걸 못 막았는데 대체 누가 잘못한 것인가를 놓고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었다는 게 친구의 설명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그런데 한국에 오니 아이를 때린 아버지 잘못만 얘기하지 정부 얘기나 제도 얘기는 아무도 안 하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더라면서 정말 문제라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한국에서는 한 해에 평균 8명의 아이들이 폭력 같은 학대 행위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고 하는데 이를 막을 제도는 미미한 것 같습니다. 제도가 갖춰줘도 그걸 운영하는 사람이 문제면 영국 같은 일이 벌어지겠지만, 우리는 제도 자체도 부족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이런 게 잘 갖춰줘야 사회복지국가 흉내라도 낼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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