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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8] 아빠 군대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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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8] 아빠 군대 가지마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2.11 18: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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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응?"
 차로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는 데 아이가 뒤에서 아빠를 진지한 목소리로 부릅니다. "아빠는 나 큰 다음에 나 놔두고 군대 가지 마. 알았지?" 웃음이 나옵니다. 군복무 끝낸 지가 한 10년도 넘었는데 갑자기 군대 가지 말라고 하니 재밌습니다.


 "갑자기 왜 미루야?"
 "그냥 아빠가 군대 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빠는 군대 벌써 갔다 왔어." 아빠 대답이 의외였나 봅니다. 미루가 좀 놀라는 목소리로 말합니다. "정말? 근데 왜 나는 안 데려갔어?" "그땐 미루 니가 태어나기 전이었지. 그리고 너 크고 나면 그때는 아빠가 아니라 니가 군대 가야 할 나이가 될걸?" "그래?"


 이 대화를 끝으로 한 5분쯤 잠잠 했습니다. 저는 운전하느라 바빴고, 미루는 아마도 무슨 생각을 골똘히 하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다시 말문을 열었습니다.


 "나 군대 안 갈래." 지난 번엔 학교 안 간다고 하더니 이제는 군대 안 간다고 합니다. "왜 안 갈려고 하는데?" "군대 가면 총으로 막 동물도 쏴 죽이고 그래야 하잖아. 나 그거 싫어." 보통 남자아이들이 자동차, 비행기, 배 이런 것 말고도 총 같은 걸 좋아하는데 미루도 똑같습니다. 자동차 같은 것에도 열광하고, 총에도 열광합니다. 그런데 막상 실제 총 쏘는 장면이 컴퓨터 화면 같은 데서 나오면 굉장히 싫어하고 무섭다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저건 다 가짜니까 괜찮다고 해주었는데, 그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는 모양입니다.


 "그리고 난 군대배, 군대차, 군대 총 이런 것 다 싫어." "그렇구나. 그럼 나중에 의논해보자. 어떻게 해야 할지."


 또 한 5분쯤 흘렀습니다. 이제 어린이집에 거의 다 왔습니다. "근데 아빠는 왜 나 안 데리고 혼자 군대 갔어?" 군대가 싫다더니 자기 안 데리고 간 건 서운한가 봅니다. "미루 너 안 데리고 가서 서운해?" "응" "근데 그때는 미루 니가 안 태어났었어." "내가 아기씨였어?" 어린이집에서 성교육 시키면서 아기가 되기 전에 꽃씨처럼 아기씨의 형태로 있다는 식으로 가르쳤는지 아기씨라는 표현을 씁니다. "맞아 그때는 미루가 아기씨였어."


 그 후로도 어린이집에 도착할 때까지 미루는 계속해서 군대에 관한 질문을 쏟아냈습니다. 아빠는 군대배 타봤냐는 둥, 왜 안 타봤냐는 둥 하면서 꼬치 꼬치 캐묻습니다. 근데 도대체 군대는 왜 갔냐고, 군대 오라고 어디서 편지가 왔냐고 하면서 "왜? 왜? 왜?"를 연달아 외치기도 했습니다.


 예전엔 공룡이나 늑대 같은 것에 관심이 있더니 6살이 된 미루는 이제 학교나 군대처럼 현실적인 문제에 점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미루가 점점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된다는 느낌입니다. 질문이 많아져서 귀찮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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