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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7] 구석을 좋아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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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7] 구석을 좋아하는 아이들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1.31 11: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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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루야, 너 거기서 뭐해?"


 자려고 누웠는데, 아이가 두 바퀴 쯤 돌더니 침대와 벽 사이의 작은 틈으로 막 들어가려고 합니다. "난 여기가 좋아." 몸이 커서 틈 사이로 반 밖에 들어가지 않는데도 이리저리 뒤틀면서 몸을 기어코 조금이라도 더 끼워 넣습니다. "너 거기가 왜 좋아?" "응, 벽이 시원해서 좋아."


 생각해보면 저도 어릴 때 구석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잠을 자려고 방바닥에 누웠다가 몸의 한 부분이 벽에 닿으면 그게 시원해서라도 하여튼 구석이 참 좋았습니다.


 "너 또 거기는 왜 들어가?" 한참 같이 놀다 보니까 이번에는 미루가 장롱과 벽 사이의 좁은 틈으로 막 들어가고 있습니다. "너 거기도 좋아?" "응" 활짝 웃으며 미루가 대답합니다.


 아이들은 좁은 구석을 좋아한다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태어나기 전에 엄마 뱃속에 있던 아늑함이 그리워서라는 설명도 있던데 아무튼 미루도 집에서 어디 들어갈 만한 구석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꼭 들어갑니다. 어떤 때는 식탁 밑에, 어떤 때는 책상 밑에, 또 어떤 경우에는 쇼파와 벽 사이에도 들어갑니다.


 1년 반 쯤 된 얘기지만, 이런 미루를 보면서 미루 엄마가 아예 집을 만들어 준 적이 있습니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냉장고 집어넣는 정말 커다란 박스를 구해온 미루 엄마는 그 박스를 여기 저기 자르더니 창문도 만들고 문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꾸미고 말 줄 알았는데, 박스 안에 들어가더니 또 이것저것을 합니다. 미루가 좋아하는 세계지도를 갖다 붙여 놓고, 각종 사진도 붙여 놓습니다.


 "미루야 멋지지?" 거실에 자기만의 커다란 집이 생기게 된 미루는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와~~~~" 이렇게 소리 한번 지르더니 이불하고 베개를 낑낑거리면서 끌고 갔습니다. "나 여기서 잘 거야."


 그 이후로 미루는 시간만 나면 그 집안에 들어가서 놀았습니다. 자동차 장난감을 잔뜩 가지고 가서 놀기도 하고, 아주 작은 상에 밥이랑 반찬을 올려서 갖고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과일도 거기 가서 먹고, 인형도 그 안에서 가지고 놀았습니다. 아빠한테 삐쳤을 때도 거기 들어가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1년 쯤 그 집은 우리 거실에 세워져 있었습니다. 처음에 집안에서만 얌전히 놀던 미루는 나중에는 창문을 넘어 다니고, 넘어 다니기 위해서 창문을 또 내면서 놀았습니다. 박스집이 다 헤져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을 때까지 오랫동안 놀았습니다. 아이들한테 이런 자기만의 공간 하나쯤 마련해주는 건 꽤 좋은 일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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