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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5] 슈퍼우먼의 고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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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5] 슈퍼우먼의 고충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1.01.1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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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에서 일하는 동료와 육아 문제로 싸웠습니다. 술자리에서 서로 아주 소리를 질러가면서 싸웠습니다. 문제의 발단은 이겁니다.


 "선배, 난 아이 낳고 키우는 일이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라고 여자 후배가 말하는 데 거기다 대고 제가 "난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했습니다.


 그러자 후배는 "인류가 생기고 지금까지 아이 낳고 키우는 건 늘 있어 온 일인데 그게 뭐 특별해?"라고 반박했습니다.


 속이 팍 상했습니다. 아이 낳고 키우는 건 늘 있어온 일이고 누구나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개개인에게 그게 별거 아닌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한테 하는 이야기랑 대체 뭐가 다르냐고 제가 반박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다 애 키우는 데 뭘 그렇게 힘들다고 그래?' 이런 소리 듣는 엄마들 많습니다. 옆에서 엄마들 힘든 것 공감해주지 않고 참고 견디는 게 당연하다는 식으로 얘기하면 힘든 엄마들은 더 힘듭니다.


 후배의 주장이 또 이어졌습니다.
 "난 애 키운다고 힘들다면서 직장에서 티내기 싫어요." 대한민국 직장 여성들에게 애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은 직장에서 티내는 게 정말 어렵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애 키우는 게 힘들다는 걸 계속 얘기해서 사람들이 같이 그 생각을 나눠가져야만 세상이 바뀝니다. 요즘 육아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데 이런 게 다 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지 사회가 알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런데 한참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이 여자후배가 막 웁니다. 생각해보니까, 그 동안 애 키우는 문제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저한테 이야기도 많이 했고 그래서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 후배가 '아이 키우는 게 특별한 일이 아니다.' '직장에서 티 안낸다'고 이야기한 건 그 나름의 생존방식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 입장에서는 여자 후배가 직장일과 아이 키우기를 동시에 해야 하는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누구 입장이 옳다 그르다를 따져 물었으니 눈물이 났을 법합니다.


 아이 키우는 직장 여성들은 이래저래 참 힘듭니다. 직장일도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아이 키우는 것 역시 최고가 되어야 하니 이래저래 슈퍼우먼이 될 것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열심히 응원해줘도 모자랄 판에, 구박이나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이 반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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