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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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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2]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12.1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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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무슨 약이야?

 "아빠 자꾸 배가 아파." 아이가 요새 계속 아픕니다. 감기에 걸려서 한 동안 고생하더니, 발가락에 갑자기 고름이 잡히질 않나,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자꾸 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지 않나, 아무튼 그러던 차에 이번엔 배가 아프답니다.


 또 병원에 갔습니다. 하도 여러 번 배를 움켜쥐고 인상을 써대는데 안 갈 수가 없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배를 만져보기도 하시고, 청진기로 여기저기를 대봅니다. "배 속에 뭐가 꽉 차긴 했네요...부글부글하네요." "네에......" "약 이틀치 지어드릴게요. 나아지지 않으면 그때 다시 오셔서 엑스레이 찍어보시죠." "네에."


 처방을 받고 약국에 가서 약을 받았습니다. 병에 든 주황색 약 하나, 해열제 하나, 그리고 이틀 치 가루약입니다. 주황색 약이 든 병에는 '장약'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날 저녁. 아이를 찾아서 좀 놀고 있는데 아이 엄마가 왔습니다. "병원엔 잘 갔다 왔어?" "응." "미루는 어린이집에서 잘 놀았대?" "응." "병원에서 뭐래?"


 병원에 다녀오면 미루 엄마의 질문 공세가 시작됩니다. "병원에서?" "응." "그냥 뭐가 부글부글하대." "그리고?" "그래서 그냥 약 받아왔어." "의사선생님이 다른 말씀은 안 하셔?" 생각해보니까 왜 배가 아픈 건지 안 물어봤습니다. 사실 배가 아픈 증상이야, 보면 아는 것이고 그 원인이 뭔지는 자세히 검사해보지 않으면 의사선생님이라고 해도 알 때도 있고 모를 때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게 평소 제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단은 이유가 뭔지 좀 물어봤어야 하는데, 저는 항상 그 이유를 안 물어보고 나중에 늘 미루 엄마한테 구박을 받습니다. "그냥 뱃속에 뭐가 꽉 차 있대" 질문이 계속 이어집니다. "이 주황색약은 뭐야?" "장약이라고 써있던데?" "뭐하는 약인데?" "먹으면 장이 안 아픈가보지..." 역시 주황색약이 뭘 하는 데 쓰는 약인지 정확히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순간 자신감이 좀 듭니다. 해열제는 열 내리는 데 쓰는 약인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 해열제는?" "열 내리는 거잖아." "그게 아니라 배가 아픈데 해열제는 왜 처방했는지 물어봤어?" "......" "이 가루약은 뭐야?" "......" 자신감 상실입니다.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아이의 증상, 조심해야 할 점, 처방해주는 약의 성질이나 기능 이런 걸 좀 자세히 물어봐야 하는데 늘 건성건성합니다. 아이한테 먹이는 약, 좀 자세히 알아보고, 알고 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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