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내내 아이가 조금씩 아픕니다. 처음에 며칠은 기침을 콜록 콜록 하더니, 또 그 다음 며칠은 열이 오르락내리락합니다.
"어? 근데 미루 발가락 왜 그래?"
이런, 오른쪽 두 번째 발가락에 고름이 잔뜩 맺혀 있습니다. 지난 주 언젠가 발가락이 아프다고 해서 봤더니 상처는 못 찾겠는데 살짝 부어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었습니다. 근데, 그게 심하게 도진 겁니다.
"병원 가자."
감기 증상에 발가락 아픈 것까지 더해졌으니 병원을 안 갈 도리가 없습니다.
"미루야, 그래서 신데렐라가...우와 이것 봐! 이 아저씨 손이 날개가 됐어." 의사 선생님이 발가락 고름을 빼내고 약을 발라주는 동안 미루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서 완전히 과장하면서 책을 읽어줬습니다.
다행히 울지 않고 치료하는 동안을 잘 견뎠는데, 문제는 진료실에서 나왔을 때 벌어졌습니다. 생각해보니, 점점 발가락이 아픈 모양입니다. 울먹울먹 하더니만 "엄마하고 통화하면 안 돼?" 합니다. 엄마와 전화 통화한 미루는 자기가 치료하면서 하나도 안 울었다고 말 하더니 엉엉 소리 내면서 막 웁니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미루야, 치료할 땐 괜찮았는데 지금 생각하니까 막 무섭고 아파?" "응."
미루가 우는 걸 본 간호사 선생님은 약간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너 아까는 안 울더니, 지금은 왜 울어?"합니다. 물론 이 말이 아이에게 위로가 될 리는 없습니다. 미루는 더 크게 소리 내서 울고 저는 미루를 꼭 안아줬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한 마디 더 하셨습니다. "너 자꾸 울면 주사 놓는다." 그 이야기를 듣고 미루는 울음이 쏙 들어갔습니다. 이제 병원이 조용해졌습니다. 평화가 찾아온 겁니다.
근데 사실 우는 아이에게 주사 놓는다고 이야기하는 건 별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아이들 울음을 그치게 하는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의 마음을 달래주는 말은 아닙니다.
아픔을 공감해주는 게 아니라, 더 심한 걸 하기 전에 참으라고 협박하는 '충격과 공포' 작전입니다. 진짜 평화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대화하고 공감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저는 그날 병원에서 나와서 약국을 들르고 어린이집 가는 동안, 미루 마음을 내내 달래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