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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0] 피곤한 아빠, 아이를 방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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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일기 60] 피곤한 아빠, 아이를 방치하다
  • 강상구 시민기자
  • 승인 2010.11.26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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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피곤한 날은 아이를 보는 것도 참 곤욕입니다. 이런 날 제일 편한 건 TV를 틀어주는 겁니다. 저희 집은 TV가 연결이 안 되어 있어서 전혀 안 나오는데, 대신 가끔 컴퓨터로 드라마 같은 걸 다운 받아서 TV모니터로 연결시켜서 봅니다.


 "아빠, 우리 TV보고...아니다. 사과 깎아서 사과 먹으면서 TV보고, 쫌 놀다가 씻고 책 보고 자자. 응?" 미루가 눈을 굴리면서 생각해 낸 이 순서대로 오늘은 시간을 때우기로 마음먹습니다.


 요즘에 우리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몇 개 있습니다. 하나는 인기 개그맨들이 나와서 막 레슬링에 도전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게 지난 여름에 방송됐던 건데, 다운 받아서 봤더니 재밌어서 몇 번씩 보게 됩니다.


 레슬링 장면이 화려하게 펼쳐질 때마다 미루는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그러더니 얌전히 보고 있는 아빠에게 몸을 날립니다. "이야아아~" 소리를 지르면서 자기 몸을 날립니다. 자꾸 그러는 것도 한 두 번이지 20kg 가까이 나가는 남자 아이, 나이는 5살이지만 몸집은 7살인 아이가 돌진해서 뛰어오는데 그걸 계속 받아주는 건 허리도 아프고 몸에 힘도 너무 들어갑니다. 조금 피해서 앉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소파 위에 올라가서 아예 한발을 앞으로 쭉 뻗고 몸을 날립니다. "윽" 진짜 신음소리입니다.


 늘 그렇지만 아이를 보려면 부모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또 듭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서도 미루는 아주 계속 신이 나 있습니다. 소파 위아래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구르고, 발로 차고, 몸을 날립니다. 아예 몸을 거꾸로 해서 소파 등받이에 기대서 물구나무를 섭니다. 레슬링 경기 막판에 '집에서 따라 하시면 절대 안 된다'는 멘트가 나왔지만, 뭐 그런 말이 귀에 들어갔을 리 없습니다. "이얏! 으아아!" 계속 소리 지르고 뛰는 통에 오늘 편하긴 글렀습니다. 하지만,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 이번엔 좀 얌전한 프로그램을 하나 더 보면 됩니다. 하루에 1시간 이상 TV를 보여주는 건 아이한테 안 좋지만 그냥 타협합니다.


 그래서 새롭게 고른 드라마를 하나 보여주는데 총칼이 난무하고, 폭력이 난무합니다. "아빠 왜 저렇게 사람을 때려?" "아~저거? 저거 다 가짜야." 폭력적인 영상을 보면 아이들도 그걸 따라서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영상은 될 수 있으면 안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아빠, 무서워." "그래? 그럼 TV 끌까?" "아니." 이럴 때는 다른 더 재밌는 놀이를 아빠가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TV를 꺼야 하는데 힘드니까 만사가 귀찮습니다. 결국 미루는 TV를 2시간 넘게 보고, 솔직히 말해서 레슬링 프로그램 한 번 더 봤습니다. 아빠가 아이를 완전히 방치했습니다. 피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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