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09:53 (금)
[다문화 기획 아홉빛깔 구로 1] ③ 솔직담백 다문화수다
상태바
[다문화 기획 아홉빛깔 구로 1] ③ 솔직담백 다문화수다
  • 구로타임즈 기획취재팀
  • 승인 2010.10.12 0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계 송걸, 엽숙영 주부에게 듣는다... "외국인이 아닌 이웃이에요"

1. 구로 속 결혼이민여성 현황  ③
2. 다문화, 안과 밖의 또 다른 시선 
3. 함께하는 다문화, 대안과 전망
4. 전문가 좌담회 

 

 "전월세가 많이 올라 걱정이에요. 이제는 구로 안에서도 이사하기 힘들어요."

 송걸(42,구로2동, 한족) 씨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대화 내용만 보면 영락없는 구로주민이다. 하지만 그녀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이을 때마다 적당한 단어를 생각해내느라 1~2초씩 머뭇하는, 아직 한국어가 완벽하지 못한 중국계 결혼이민여성이다. 곁에서 "집 앞에 생긴다, 생긴다 하는 공원이 아직 안 생겨요"라며 순하게 웃음 짓는 엽숙영(29, 구로3동, 한족) 씨 역시 중국계 결혼이민여성이다.

 중국에서 만난 남편을 따라 2007년 9월 구로구에 정착한 엽 씨는 구로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구로3동)에서 일하는 통번역사이고, 2008년경 지방에서 올라와 구로구에 정착한 송 씨는 이곳 한글교실의 수강생이다. 구로는 그녀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아로새겨지고 있을까.

 "구로는 고향처럼 편해요"
 "구로에는 교포들이 이용할만한 점포가 많아요. 그래서 고향처럼 편해요. 친구들 만나면 왜 고향음식 먹고 싶잖아요. 주민들은 시끄럽다고 싫어할 수 있지만 우린 점포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

 송 씨는 가리봉동 등에 즐비한 중국점포들에 대해 "마음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중국계 이민자에 대한 구로주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해 조심조심 속말을 털어놓는다.

  중국점포 확산 외국인거리 특화로 활용해야

  "구로에 사는 외국인의 80% 정도는 둥베이(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 등 동북삼성) 사람인데 거기 북방문화가 그래요. 큰소리로 싸우고 화나면 욱하고. 남방은 안 그래요. 쓰레기분리수거 잘 안하는 건 돈 때문이 아니고 인식의 문제예요. 중국은 1년에 얼마씩 주고 지정한 곳에 갖다 버리거든요. 쓰레기봉투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많이 알려야 해요. 환경과 문화가 다르다는 걸 주민들이 알았으면 해요."

 구로주민들에게는 탐탁지 않은 이질적 문화인 중국점포들이 이들 중국계 외국인들에게는 동질감으로 다가오고, 일부는 그것을 이유로 구로에 정착해 살아가는 묘한 풍경. 엽 씨는 이러한 '다름'을 부정이 아닌 긍정으로 바라봐 줬으면 한다고 말한다. "가리봉동에 중국 분들 많아요. 구로주민들은 가리봉동이 시골 같다고 싫어하시지만 외국인거리로 특화하면 장점을 살릴 수 있어요. 긍정적인 면을 살리면 좋잖아요. 구로도 좋아지고. 외국인 많은 지역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한국어·취업·보육 지원 필요
 언어는 그 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이라고 했다. 이들에게 한국어는 자신과 자녀에 닥친 가장 절박한 문제다.


 "한국어는 매우 중요해요. 저는 국적도 취득했고 취업도 할 거에요. TV 연속극도 보고 싶어요. 2년 공부해서 이제 웬만한 단어는 알아들을 수 있어요. 그런데 걱정은 중국에 있는 아들이에요. 열여섯 사춘기인데 한국어 때문에 한국에 못 와요. 어릴 때 오면 그래도 나은데 커서 오면 힘들어요. 백지 상태에서 다시 배워야 해요. 한국어 교육도 해주고, 학교도 다닐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중국에 두고 온 아들 얘기에 송 씨의 눈가가 붉어진다. 중국에서 공부 잘하던 아이가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말과 글을 잘 몰라 같은 반 아이들로부터 "바보"라고 손가락질 당한다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던 터라 아이의 이민을 쉽사리 결심하지 못했던 그녀다.

 내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인 엽 씨도 한국어 문제로 걱정이 많다. 혹시나 아이가 자신의 완벽하지 못한 한국어 발음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언어발달이 늦을까봐서다. 그녀는 최근 다문화 자녀의 언어발달과정을 따로 공부했다.

 송 씨와 엽 씨 모두 취업에 관심이 많다. 결혼이민여성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첫 손에 꼽는 것이 한글교육이지만 사실 한글교육은 최종 목표인 취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일차 관문에 불과하다.

 "구로구는 일자리 구하기가 힘든데 취업문제는 차별보다 인식에 따른 벽이 있어요. 외국인이어서 믿을 수 없다는 그런…. 우린 같은 주민인데, 외국인이 아닌 이웃인데. 주민들이 우리를 이웃으로 생각해주면 마음이 아주 편할 것 같아요."

 송 씨와 엽 씨가 외국인에 대한 '인식 개선'을 위해 모두 동의하는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지역사회 봉사를 통해 주민들이 외국인을 대하는 시선을 따스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네 어렵게 사시는 어르신들 도와드리고 싶어요. 중국어 배우려는 아이들도 가르치고요. 학원서 배우려면 비싸잖아요. 결혼이민여성들이 모여서 함께 봉사하는 모습 많이 보이면 구로주민들도 '와, 외국인이 좋은 일 하네'라고 인식이 바뀔 거예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