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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투성이' 장애인용 육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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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투성이' 장애인용 육교
  • 구로타임즈
  • 승인 2004.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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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두달간 방치... 승강기 미가동 속수무책
완공된 지 두 달이 넘도록 제 기능을 못해온 보도육교가 있어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들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승강기 장치까지 구비돼 있지만 지금껏 작동은 커녕 산업자원부 인증조차 못 받고 있어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문제의 육교는 경인로변 고척교 인근 SK텔레콤 고객지원센타앞 보도육교. 상습정체구역인 경인로와 서부간선도로의 원활한 차량소통과 구일역 이용 주민의 편의를 위해 설치한 이 육교는 구로구청이 총 13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난 3월 31일 설치공사를 마쳤다.

하지만 육교는 완공 후 두달여 동안 차량운전자들과 보행자 양측으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왔다.

이유는 구청측과 구로경찰서측과의 협의 지연으로 육교 아래 횡단보도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 횡단금지용 안전 펜스 설치 업무는 구로구청, 횡단보도 폐쇄는 구로경찰서 소관 업무지만 안전펜스 설치가 먼저냐, 횡단보도 폐쇄가 먼저냐를 놓고 책임전가식 핑퐁게임을 벌인 탓에 이곳은 육교와 횡단보도가 공존하는 불합리한 상태로 2개월이나 방치돼 왔다.

때문에 육교 하나만 바라보고 질주하던 차량들이 횡단보도 앞에서 급정거하는 상황이 속출해 멋모르고 기존 습관대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 일쑤.

문제의 횡단보도는 구로구청이 펜스를 설치한 다음날인 지난 5일 구로경찰서에 의해 마침내 폐쇄됐다.

이곳 육교를 둘러싼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구로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곳 장애인용 승강기는 지난 3월 31일까지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검사를 완료하고 곧 가동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승강기는 두달이 지난 지금까지 가동은 커녕 산자부로부터 안전성검토 및 완성검사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산자부에 따르면 고척육교의 승강기는 자립형 스크루 방식 장치로 전국에서 설치 사용된 예가 구로지역 밖에 없어 현재 대체 검사기준 마련에 있다는 것. 현재 구로구내 신도림보도육교(신도림역앞)승강기도 스크루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유압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경우 별도의 완성검사 없이 설치 후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게 산자부의 설명이다.

산자부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과 윤윤남 담당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크루 방식 승강기에 대한 검사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며 “신도림보도육교에 설치된 승강기의 경우 완성검사에 6개월이 소요된 예를 봐서 이곳 승강기의 검사 완료에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국에서는 유일하게 스크루 방식을 채택해 설치한 구로구청 토목과는 최근 산자부의 검사 지연에 대해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청 토목과 유희상 과장은 “스크루 방식의 승강기는 여타 승강기 방식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보고 지역 장애인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선택한 장치”라며 “기술적으로는 하등의 문제가 없으나 행정기관으로서 법을 준수해야하는 만큼 산자부의 검사가 완료된 후 운행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곳 육교에 설치된 장애인용 승강기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10월부터 구청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와 구청토목과, 산자부 등에 자신을 박 모씨 라고 밝힌 민원인의 고발성 제보가 잇따르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구로구청이 스크루방식을 채택한 것과 관련, 비난과 위험부담을 안고 새로운 시스템을 앞서 도입한 공무원의 용기로 볼 것인지, 아니면 산자부 검증을 거치지 않는 기술을 갖고 구로주민과 장애인을 실험 대상화한 무책임한 행정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송희정 기자>misssong8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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