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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사회적경제 2]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느티나무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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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사회적경제 2]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느티나무 마을'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2.11.02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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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밖의 시도들1> 울타리 너머 지역속으로
▲ 느티나무 어린이집 어린이들.

경기도 평택시 오성면 양교4리. 나락이 황금빛으로 여무는 10월의 들녘을 내려다보고 들어앉은 한갓진 시골마을에 들어서자 까르르 꼬맹이들의 웃음소리가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 그늘아래 맑게 울려 퍼진다. 천진하고 개구진 표정의 아이들은 이 마을에 둥지를 튼 느티나무어린이집 원생들이다.


 느티나무어린이집은 2000년 공동육아협동조합으로 출발했다. 타지에 흩어져 살면서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고민하던 열세 가구가 의기투합했다. 이듬해에는 부설 '아름다운 방과후'를 개원했다. 이후 10여 년 동안은 여느 공동육아협동조합들처럼 부모가 함께 키우고 직접 참여하는 살아있는 교육을 목표로 달려왔다.


 '우리들만의 좁은 울타리'는 2011년 5월 해체됐다. 아주 사라진 것이 아니라 오성면 전역을 품에 안는 열린 형태로 재구성됐다. 우리나라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느티나무마을'의 탄생이다.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은 느티나무어린이집 부모 조합원들과 장장 2년6개월에 걸쳐 진행한 고민과 토론의 산물입니다. 보통 공동육아어린이집을 졸업한 아이들은 대안학교를 찾아 마을을 떠납니다. 그러면 평택은 버려져야 하는 땅인가? 아니다, 가능하면 여기서 해보자, 여기 살면서 우리아이들을 마을 속에서 길러보자, 이것이 고민의 출발입니다."

[기획] 협동과 연대의

            즐거운 상상
           사회적 경제
 
①우리 안의 시도들_
 구로의 고민과 희망
 
②우리 밖의 시도들Ⅰ
 평택과 부산을 가다

③우리 밖의 시도들Ⅱ
 청주를 가다

④나라 밖의 사례들Ⅰ
 스웨덴 쿰파니언

⑤나라 밖의 사례들Ⅱ
 스웨덴 협동조합
 
   ⑥나라 밖의 사례들Ⅲ
 핀란드 사회적 경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전임 이사장이자 공동육아협동조합 창립멤버인 유승용 씨의 설명이다.
 초기 지향이었던 공동육아운동은 지역과 함께하는 교육생활공동체운동으로 확장됐다.


 부모 조합원들의 출자금에 기댔던 운영체제는 지역의 모든 주민들에게 개방됐다. 기부금 150만 원 이상만 내면 누구나 회원 자격을 얻는다. 의사결정도 1가구 1표에서 '1인 1표'로 바뀌었다. 고민의 싹이 움터 창립이라는 결실을 맺기까지의 2년6개월은 아이들 교육에만 관심 있던 부모 조합원들이 지역공동체운동에까지 합의하고 참여하도록 이끌어내는 데 걸린 지난한 시간이었다.


 "교육에 뜻 있는 부모들 조합에서 일반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공적영역으로 조직과 사업을 확장시켰습니다. 평택 내 존재하는 네트워크와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 보다 우리가 넓어지는 게 맞다고 판단한 결과입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는 단체의 경우 보통 조직의 분화를 통해 길을 찾는데 저희는 기존 조직을 확장하는 어려운 길을 택한 셈이죠. 국내에는 참고할만한 대안모델이 없어 합의를 이끌어내고 뼈대를 갖추는 데 그 만큼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평택반전평화문화축제와 양교리 건축폐기물처리장 반대운동에 참여하는 등 그동안에도 지역사회 현안에 나 몰라라 하진 않았지만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 창립 이후에는 지역사회와의 연대가 좀 더 촘촘해졌다. 지난해 3월 김선기 평택시장이 약속했던 오성면 신축청사 내 시립도서관 건립사업이 처음 약속과는 달리 축소돼 진행되자 오성면도서관건립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 유승용)를 만들어 주민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 운동은 지난해 11월 시장 간담회를 기점으로 결실을 맺어 현재 오성초 운동장 한쪽에 별도의 부지를 확보한 가운데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터 잡기 공사가 한창이다.


 울타리를 넘어 지역 속에 옴팍 안기니 주민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은 무궁무진해졌다. 목공, 바느질 등 마을학교를 열고, 오성초와 지역아동센터와 연계해 전래놀이마당도 개최했다. 오성면 주민들과 한 데 어울려 단오잔치와 노인정영화관도 치러냈다.


 지난해 5월에는 그간 발간했던 단체소식지를 넘어서 마을의 역사와 풍경, 이웃사람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오롯이 담긴 마을신문 월간 '느티나무마을'을 창간했다.


 회원들은 학교운영위원회와 주민자치위원회 등에도 함께하고 마을공동의 물탱크청소에도 손을 보탠다. 골목 어귀에서 마을의 형님, 어르신들이 부르면 정겹게 막걸리 몇 순배 돌리며 마을일 집안일 근심걱정 술술 풀어놓을 만큼 지역 속으로 아늑히 깃들었다.


 현재 평택교육생활협동조합에는 50여명의 조합원들과 40여명의 후원회원, 그리고 오성초, 오성중, 신협, 생협 등 10여개 크고 작은 협력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현재 회원 열여덟 가구가 양교리에 옹기종기 모여 내일, 네일, 마을일 구분 없이 재미지게 살고 있다.
 안길진 현 이사장은 울타리를 넘어 지역 속으로 깃든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공동육아를 위해 우리가 손을 뻗은 게 아닙니다. 공동육아가 훌륭한 일이어서 설득된 것도 아닙니다. 그 분들이 우리에게 먼저 마음을 내 주셨습니다. 마을 원주민들이 우리보다 마음이 더 넓습니다. 그걸 여기서 알았습니다. 그 마음들이 우리 마음속에 자라나 뿌리내린 그 과정이 우리에게는 삶이었습니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발전기금(공동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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