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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미국대통령 탄생을 도운 감자 역병균
icon 구본성
icon 2011-03-25 15:40:59  |   icon 조회: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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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대통령 탄생을 도운 감자 역병균

1845년 아일랜드에는 주식으로 사용하는 감자에 역병이란 곰팡이 병이 퍼지기 시작했다. 100만 명이 넘는 아일랜드 국민이 굶어죽거나 신세계를 찾아 떠난 것도 이 감자역병 때문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일랜드 지주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한 톨의 곡식이라도 더 얻으려고 소작인들에게는 아주 적은 량의 식량만 주었다. 이 때문에 소작인들은 수확을 많이 내는 작물인 감자를 재배하게 되었고 감자 외에는 먹을 것이 없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1845년에 감자와 감자의 잎을 썩게 하는 역병이란 식물 병이 위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차갑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자 모든 감자가 누렇게 변하다가 결국 죽어나갔다. 감자는 대부분의 아일랜드 가정에서 주식으로 이용 되었으므로 말 그대로 대재앙 그 자체였다. 그 이듬해 상황은 더욱 나빠져 사람들은 장티푸스와 이질 등 질병으로도 고통을 받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떤 사람들은 역병의 근원이 토양의 영양분 고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사람들은 여러 해 동안 계속된 아일랜드인 들의 낭비와 무절제에 대한 악마의 장난이거나 신의 저주라고도 생각했다. 그러다가 1846년 레버랜드 마일스 버클리란 아마추어 박물학자에 의해서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게 되었다. 그는 감염된 감자 잎을 현미경으로 자세히 들여다보고 오늘날 감자 역병균이라 불리는 곰팡이를 분리해 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역병균의 포자에 의해 식물에서 식물로 감염이 되고, 경작지에서 경작지로 퍼져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습한 상태에서 포자가 싹을 틔우고 가느다란 균사를 감자 잎으로 침투시켜 몇 주 만에 식물을 죽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이 사실들이 알려지기 전에 이미 많은 병들고 가난했던 아일랜드 사람들은 유랑민처럼 신세계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대서양을 건너간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케리 지방에서 떠난 피츠제럴드 집안과 웩스포드 지방에서 떠난 케네디 집안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1917년에 피츠제널드 케네디가 태어났고 1960년에는 드디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까지 탄생시킨 감자 역병균과 같은 많은 미생물들은 지구의 모든 생태계에 수없이 존재하고 있으나 인간의 육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존재를 망각하기 일쑤다. 그러나 실제로 미생물은 인간의 탄생 이전부터 자연계의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면서 오늘날까지 지구생태계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감자 역병균과 같은 식물병원균들만 잘 조절하고 방제한다고 해도 작지만 강한 농업, 19세기의 아일랜드처럼 대기근이 없는 잘 사는 농촌을 건설 할 수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물질개발과 과장 구본성
2011-03-25 15: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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