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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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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함께 무럭무럭 자라는 아들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4.1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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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40 _ 급성장하는 아이의 언어능력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아이의 언어 능력이 성장합니다.


 오랜만에 함께 하는 주말 아침. 그런데 엄마는 새벽에 들어와서 자고 있고, 아빠는 급한 일처리 때문에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미루는 혼자서 응접실에서 한참을 놀더니 안방을 한번 슬쩍 쳐다본 뒤 아빠한테 옵니다. "아빠, 나 심심해." "그래? 미루야 잠깐만 기다려줘. 아빠가 지금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말을 들은 미루는 "휴"하고 한숨을 쉬더니 혼잣말을 합니다. "엄마는 못 놀아주고, 아빠는 안 놀아주고 … "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가 정말 심심해한다는 걸 느껴서가 아니라, 그 걸 그런 식으로 구분해서 말한다는 데 놀랐습니다. '안 한다'와 '못 한다'를 그렇게 분명히 구분하다니. 아이가 그새 부쩍 큰 겁니다.


 논리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어느 날 "엄마~~" 하면서 미루가 울기에 옆에서 괜히 심통이 났습니다. 예전에는 미루가 울 때 "엄마 아빠~엄마 아빠~" 하면서 울어서 매우 흡족했었는데 이제 안 그런다니 서운합니다. "미루야, 근데 너 울 때 엄마만 불러?" "응." "아빠는 안 불러?" 그러자 미루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울 때 가끔 불러." 이제 말할 때 머리를 쓰는 게 보입니다.


 아이처럼 생각하는 게 없어지기도 하고 대신 아이다운 기발한 사고가 늘기도 했습니다. 놀이터에서 모래 장난을 한참 하던 미루한테 이제 그만 집에 가자고 하니까 "아빠, 나 이 모래 집에 가져가도 돼?" 합니다. "안 돼. 그러면 모래가 슬퍼하잖아."


 그랬더니 이럽니다. "모래는 눈도 없고 입도 없는데? 그리고 마음도 없잖아." 근데 슬퍼할 리가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입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논리가 통했던 것 같은데 이제 이런 아기 논리는 안 통하는 모양입니다.


 집에 들어와서 이번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면서 둘이 놀았습니다. 손가락을 세모 모양으로 만들더니 "이게 뭐야?"라고 묻습니다. "세모"라고 대답했습니다. "이건?" "네모", "그럼 세모랑 네모 합하면 뭐 게?" 이건 정말 어렵습니다. 온갖 생각을 다 했지만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몰라." 그러자 미루의 입에서 나온 정답은 "집"이었습니다. 이런 건 정말 아이다운 기발함입니다. 대체 왜 세모와 네모가 합쳐지면 집이 되는지 어른들은 아마 한참을 생각해도 더 모를지도 모릅니다.


 각종의 언어능력과 사고력이 늘어난 만 4살짜리 아이.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아이입니다. "미루 크면 세계여행갈까?" 하자 손가락 세 개를 펴면서 "이렇게? 세 개 여행?"합니다. 어른이 했다면 웬 저질개그냐면서 비난받았을 얘기입니다.


 아직 미루는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습니다. 그래도 이 4살짜리 아이는 세상과 함께 무럭무럭 크고 있습니다. 늘 그렇듯이 아빠는 그 옆에서 열심히 응원을 해줄 참입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4월 1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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