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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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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 가고 싶어"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4.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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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9

 변기 위에 앉아 있던 미루가 느닷없이 말을 꺼냅니다.
 "아빠 학교는 나쁜 데야."


 갑작스런 말에 학교도 안 다니는 애가 무슨 일이 있었나 싶어 "왜?"하고 물었더니 이럽니다.


 "OO 형이 학교에서 맞았대."
 "왜 맞았대?" "잘못했다고."


 어디서 저런 이야기를 들었나 하고 재차 물었습니다. "정말? 어떻게 알아?"
 "어린이집에 와서 얘기해주는 거 다 들었어."


 "OO형한테?"
 "응."


 미루한테 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같이 있던 아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에 학교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해줍니다.


 "나 그 얘기 듣고 너무 놀래서 냉장고 앞으로 쭈루룩 달려갔어."


 아마 어린이집 냉장고 앞으로 달려갔다는 말인 것 같은데, 학교에서 아이를 때렸다는 말에 너무 놀라서 다른 곳에 숨었다는 뜻인것 같습니다.


 변기에서 힘을 막 주던 미루는 또 생각난 듯 말합니다.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막 때린데." 아까는 잘못해서 때렸다고 하더니 이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때린다고 합니다.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면 신뢰가 가지 않는 법이지만 일단 얘기를 계속 들어봤습니다. "정말 아무 잘못도 안했대?" 그러자 막 째려보는 표정을 하더니, "이건 아무것도 안 한 거잖아. 그런데도 때렸대." 아이가 학교에서 선생님을 노려봤다가 한 대 맞았나 싶기도 한데, 아무튼 이제 막 학교에 들어간 아이가 맞고 다니는 게 사실이라면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미루야, 그 선생님 정말 나쁘다 그치?"


 "응, 나빠" 그러면서 미루가 하는 말이 "아빠, 사람은 때리면 안 되는 거지이. 선생님이 그걸 가르쳐줘야 하지. 근데 선생님이 때렸대. 선생님은 착해야 하는데."


 미루한테 "너는 선생님이 때리면 어떻게 할 거야?" 하고 물으니 짐짓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더니, "선생님 그러면 안 돼요. 선생님 할 말이 있어요. 할 말이 뭐냐면, 때리면 안돼요"합니다. 미루의 말은 계속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나 학교 안 가야되겠어. 지난번에는 갔었잖아. 근데 인제 안 갈래." 말이 오락가락 하지만 어쨌든 선생님이 아이를 때린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싫기도 한 건 분명합니다.


 맞장구를 쳐주기 위해서 몇 마디 거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안 때리잖아." 이러자 미루의 대답은 "맞아. 선생님은 안 때리는데. 근데 애들이 나 때려. 막 꼬집고, 밀고, 목 잡아당기고, 물어"입니다. 역시 계속 이랬다 저랬다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아이들이 어떤 경우든 맞아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미루가 들었다는 이야기가 상상 속의 얘기였으면 좋겠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4월 5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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