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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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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왔어!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4.0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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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8

 요즘 일이 너무 많아서 어린이집에 야간 연장 보육을 신청했습니다.
 연장 보육을 하게 되면 저녁 10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습니다.


 처음 연장 보육을 신청한 날, 사실 아이한테 너무 미안하고 신경 쓰이고 그랬습니다.


 '너무 피곤해 하면 어쩌지?'
 '어린이집에만 있으면 미루가 지겨워하지 않을까?'


 뭐, 이런 고민들 때문에 마음이 정말 편치 않았습니다.


 9시 가까이 된 시간, 서둘러 어린이집에 가서 아이를 찾았는데 표정이 나쁘지 않습니다.


 "미루야, 저녁밥 많이 먹었어?"
 "응."


 "친구들이랑 재미나게 놀았어?"
 "응."


 연장 보육 두 번째 날은 10시가 다 돼서 찾으러 갔는데 애가 축 처져 있습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집 까지 아이를 꼭 안고 오면서 '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고 눈물이 났습니다. 차라리 일 좀 줄이고, 매일 저녁은 꼭 아이랑 함께 있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했습니다.


 연장 보육 세 번째 날, 이번에는 일이 좀 일찍 끝나 8시 30분에 찾으러 갔습니다. 일찍 찾으러 가니까 미루가 좋아하겠구나 생각하면서 어린이집에 들어섰는데, 미루가 아빠를 딱 쳐다보더니 막 울기 시작합니다.


 역시 연장보육은 힘든 거구나 싶고 마음이 짠해지는데 미루가 이럽니다. "아빠! 왜 이렇게 일찍 왔어! 나 더 놀아야 되는데에~" 이럴 수가! 기쁨과 서운함이 동시에 겹칩니다.


 애가 클수록 친구들이랑 노는 걸 더 좋아한다는데 드디어 그때가 된 건가 싶어 좀 서운하기도 하고, 이런 반응이면 연장 보육에 잘 적응하는 거구나 생각하니까 기쁘기도 합니다.


 제 얘기를 들은 아이 엄마도 너무 다행이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같이 저녁 늦게 남아 있는 아이와 미루가 잘 어울리기도 하고, 또 선생님하고도 잘 맞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어쨌거나 한결 마음은 편해졌는데, 아이 엄마가 연장 보육 선생님과 어린이집에서 했던 얘기를 문득 꺼냈습니다.


 "미루가 잘 적응하는 것 같긴 한데, 유심히 살펴봐야 한대. 애가 정말 저녁 시간에 어린이집에 있는 게 편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걸 부모가 좋아하니까 어린이집에 늦게까지 있는 게 옳다고 생각해서 싫어도 참는 건지."


 듣고 보니 그렇습니다. 좀 더 미루를 잘 관찰해야겠고, 미루한테 연장 보육이 싫으면 싫다는 말을 하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미루야 오늘 연장 보육할건데 괜찮아?" 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어린이집 문을 열면서 뒤돌아보지도 않고 뛰어가며 말합니다.


 "아빠, 늦게 와~!!"

 

 

 

 

◈ 이 기사는 2010년 3월 29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3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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