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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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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 화이팅!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3.29 1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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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7

 한 참 일을 하다가 문자 한 통을 받았습니다.


 최근에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분이 있는데 막 아이를 낳았답니다. '아, 또 고생이 시작되겠구나.'


 하여튼 누가 아이를 낳았다는 말만 들으면 아이 키우느라고 그 아이 엄마가 얼마나 고생할까 하는 생각부터 납니다.


 병원도 가까운데 한 번 들를까 싶다가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괜히 나대나 싶기도 해서 좀 망설였습니다.


 딱 5분쯤 고민하다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집에 들러 몇 년 전에 쓴 제 책 한권을 집어 들었습니다.


 아빠도 육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것보다 책을 한 권 주는 게 훨씬 낫겠다 싶었습니다.


 미루와의 1년이 금세 갔습니다. 그새 미루는 훌쩍 컸고, 아이 엄마와 저도 컸습니다.


 세 사람이 지난 1년처럼 꼭 붙어서 지지고 볶을 일이 앞으로 다시는 없을 것 같기도 합니다.


 참 아름다웠던 365일을 보내고, 저는 내일부터 출근을 합니다. 지난 1년은 우리에게 정말 눈부신 날들이었습니다. 이럴 줄 몰랐는데, 벌써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책의 첫머리에 제가 써놓은 글귀입니다. 육아휴직 하던 그때가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빨리 병원에 가서 중요한 몇 가지 알려주고, 아빠에게 이것저것 단단히 일러줘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해서 세상에 나온 지 딱 5시간 된 갓난아이를 봤습니다.


  "아유 이쁘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얘기할 때 저는 속으로 '나오느라고 참 고생 많았다'고 했습니다.


 아이 엄마보다 엄마 뱃속에서 나오느라고 아이는 훨씬 더 고생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아이 엄마를 위로할 차례입니다.


 '축하한다'는 말 한마디 후에 '고생했다'는 말을 더 크게 했습니다.


 아이 엄마는 앞의 말보다 뒷말에 더 반응합니다.


 이제 아이는 세상에 태어나서 첫 1년을 시작합니다.


 이 1년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절대 허물어질 수 없는 견고한 애착을 형성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 때 제대로 애착이 형성되면 아이는 멋지고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가 배고플 땐 제대로 먹이고, 졸려하면 재우고, 똥오줌은 제때 치워주고, 놀고 싶어할 땐 열과 성을 다해 놀아줘야 합니다.


 그러려면 엄마를 이런 저런 노동에서 해방시켜줘야 합니다. 아이 아빠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지는 겁니다.


 이런 저런 걱정 때문에 아이 아빠에게 뭐라 뭐라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해주긴 했는데, 두서가 없었습니다.


 병원을 나오면서 책에 글 몇 줄이라도 썼어야 했는데 못 썼다는 생각이 뒤늦게 떠올랐습니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키우면 아이는 더 행복해집니다. 세 사람 파이팅!" 뭐 이 정도라도 쓸 걸 그랬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3월 2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42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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