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6 09:53 (금)
도우면서 자신감 쑥쑥
상태바
도우면서 자신감 쑥쑥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3.02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5 _ 자신감 키워주기

 아이에게 자신감을 키워주는 건 매우 중요합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이긴 하지만 자신감이 있어야 다른 사람과도 잘 사귀고, 사회생활도 멋지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겁니다.


 겨울엔 방안이 건조해서 매일 빨래를 합니다. 빨래가 다 돌아가면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서 안방에 갖다 놓은 빨래 건조대까지 옮깁니다.


 "미루야! 아빠 좀 도와줘. 이거 너무 무거워서 다 못 들겠어." 이 한마디에 응접실에서 놀던 아이가 쪼르르 달려옵니다. "아빠 힘없어? 내가 도와줘?" "응"


 아빠가 힘없는 체를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자 신이 났는지 "그럼 내가 이거 날라 줄게" 합니다. 원래는 세탁기에서 꺼낸 빨래를 한 번에 다 들어서 나르지만 미루를 위해서 조금씩 나눠서 건네줬습니다.


 바지 하나 받아서 안방에 갖다 놓고, 티셔츠 두 개 모아서 안방에 뛰어 갔다 오고, 양말은 대여섯 개 쯤 챙기더니 수건도 두 개쯤 같이 들고 달려갔다 옵니다. 이러기를 여러 번, 좀 지쳐 보입니다. 이쯤 해서 칭찬이 필요합니다. "이야 미루 힘세네!!" "그치? 힘세지?"


 칭찬에 자극 받은 미루는 이번엔 빨래를 한아름 안습니다. "미루야, 그렇게 안으면 축축해서 추울 텐데?" "괜찮아!"


 이렇게 해서 빨래의 반쯤은 제가, 나머지 반은 아이가 날랐습니다. "미루야, 너무 고마워. 미루가 안 도와줬으면 아빠가 정말 힘들었을 거야. 허리도 아프고" 했더니 고개를 45도쯤 치켜 올리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습니다. 자신감 상승입니다.


 사실 매일매일 빨래하고 안방까지 나르고 하는 일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좀 지겹기도 하고 힘이 아예 안 드는 것도 아니었는데 이제 5살이지만 아이가 도와주니 살짝 편합니다. 아이의 자신감도 높이고 힘든 것도 덜고 일석이조입니다.


 탄력 받은 아이는 빨래 널어주는 것도 같이 해준답니다. 자기 속옷 하나를 집어서 탁탁 털더니 건조대 낮은 쪽에 가지런히 널어놓습니다. 오, 잘합니다. 이번엔 윗옷을 하나 집어 들었는데, 팔 한 쪽이 안이 밖으로 뒤집어져 있습니다. 한 참을 헤매다가 "아빠 이거 도와줘" 합니다. 그 후로 미루는 수건 몇 개, 양말 몇 개쯤을 더 널었습니다.


 다음날, 세탁기에서 빨래 다했다는 신호음이 나자 미루는 부르지도 안았는데 달려왔습니다. "내가 도와줄게!" 하더니 빨래를 한아름 안습니다. "미루야 너무 무겁지 않을까?" "괜찮아 더 줘." 빨래를 조금 더 얹어줬는데 더 달라고 하고, 또 더 달라고 하더니 이제는 자기 몸만큼 큰 빨래 덩어리를 안았는지 들쳐 맸는지 모를 자세가 됐습니다.


 안방까지 가는데 애가 비틀비틀합니다. 그렇게 빨래를 나른 미루는 "아이고 힘들어 죽겄네"하더니 곧장 침대로 달려가서 드러누워 버렸습니다. 아이의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도와달라고 하는 건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아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여야 합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2월 22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