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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울리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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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울리는 아이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2.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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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4

 "미루야, 너 또 이 책 골랐어?"


 밤마다 책 3권씩 읽기가 계속 되고 있는데, 미루가 어제 밤에는 그 전날 밤과 똑같은 책을 한 권 내놓았습니다.
 한 번 맘에 드는 책은 며칠씩 반복해서 꺼내놓기는 하는데 이번에 고른 책은 좀 다른 뜻이 있습니다.


 "미루 너 이거 아빠 또 울리려고 꺼낸 거지?"
 아이는 씩 웃으며 "응" 합니다.


 동화책 가운데 정말 슬픈 책이 한 권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굉장히 많이 팔렸다는 책인데, 아이를 처음 낳아서 그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밤에 잘 때마다 엄마가 아이를 안고 "사랑해, 너를 사랑해"라고 노래를 불러준다는 내용입니다.


 아이가 더욱 자라고 엄마는 이제 늙어서 노래를 더 불러줄 수 없게 됐을 때 어른이 된 아이가 엄마를 안고 노래를 부르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새로 태어난 아이에게 같은 노래를 불러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적어 놓고 보니까 무슨 뻔한 드라마 스토리 같긴 하지만 동화책으로 보면 정말 너무 너무 슬픕니다.


 "오늘은 안 울고 꾹 참고 읽어줄게." 다짐을 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안 울어야지 생각을 하니까 초반부터 눈물이 글썽입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 생각도 나고, 인생이 이런 건가 싶은 게 마음이 쓰립니다.


 결국 4장쯤 넘겼을 때 눈물이 주르룩 흘렀습니다.


 "아빠! 안 운다고 했잖아. 근데 또 울어?"
 "미루야, 저기 바닥에 수건 좀 갖다 주라."


 침대에서 뛰어 내려간 미루는 혼자 신이 나서 수건을 가지러 갑니다. 눈물을 닦고 마저 읽으려는데 두 줄쯤 읽자 또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아, 이 책 정말 너무 슬픕니다. 미루는 옆에서 "어디 보자, 우리 아빠." 이러면서 손을 제 눈에 갖다 댑니다.


 다시 수건으로 눈물을 좀 닦았습니다. 3페이지 남았으니까 빨리 읽어버려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근데 다음 페이지는 엄마가 점점 늙어가서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장면입니다. 원래는 여기가 눈물이 터지는 곳입니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흑흑거리면서 울었더니, 미루가 아빠를 안아줬다가 말았다를 몇 번 하다가 이럽니다. "이 책이 그렇게 슬픈가?"


 "미루야, 이 책은 어른들이 보면 정말 슬프더라. 엄마도 이 책이 되게 슬프대."
 "그래?" "응." "그럼 아빠, 앞으로 이 책 안 고를게."

   "알았어, 근데 미루가 계속 이 책 읽고 싶으면 매일 매일 골라도 돼. 아빠가 한 번 참아볼게." "아니야."


 이런 망할. 다른 재밌어 하는 책도 많으면서 꼭 이걸 고르더니, 이제 와서 다른 걸 고르겠답니다. 선심 쓰는 건지, 아빠를 배려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어쨌거나 아이 덕분에 또 실컷 울었습니다.


 아빠가 항상 무게만 잡고 권위만 세우는 것보다 슬플 땐 울고, 기쁠 땐 실컷 웃는 게 아이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남자 아이는 아빠를 역할 모델로 삼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하는데 미루는 아빠가 하도 자주 울어서 정서가 메마른 아이가 되진 않겠다 싶습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2월 8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7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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