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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고단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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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고단한 하루'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2.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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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3

 아는 선배를 만나 점심을 먹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6개월인데, 주말에만 잠깐 보지만 진짜 장난 아니더라."
 오랜 만에 만난 선배라 처음엔 할말이 없어 좀 머뭇거렸는데, 아이 이야기가 나온 이후로 이야기가 막힘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해보니까 아이를 낳고 지금까지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이 엄마와 제가 둘 다 일을 하다보니까 일주일마다 주중 저녁에 누가 아이를 볼 것인가를 상의하는 게 무슨 심각한 협상 분위기입니다.


 아이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저녁시간을 쓸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이틀, 최근엔 그래도 좀 나아져서 3일 정도 되는데, 하는 일이 밤낮 가리지 않는 일이라서 그 3일은 꽤 일찍부터 온갖 일정으로 가득 찹니다. "오늘 저녁 때 뭐하지?"란 고민을 안 하고 산 지 정말 딱 4년이 되어 갑니다.


 아이를 보는 날, 어떻게든 일과 시간 내에 일을 마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6시 반쯤 아이를 찾으러 갑니다. 집으로 데려와서 손을 씻게 하고, 밥을 차립니다. 밥을 먹입니다. 글로 쓰면 이렇게 간단한 일이지만 이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자기 혼자 열심히 밥을 먹는다는데, 집에서 우리 아이는 아직도 아빠가 먹여주길 바랍니다. 입에 밥을 물고 틈만 나면 딴 짓을 합니다.


 밥을 먹이고 나면 얼마간은 같이 좀 놀아줘야 합니다. 블록도 같이 맞추고, 자동차 놀이도 같이 하고, 요즘은 큰 공을 막대기로 쳐내는 놀이에 아이가 재미를 붙였습니다. 집이 밤마다 야구장입니다. 며칠 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실컷 공을 받아치더니, "나 이제 축구 잘 할 수 있겠지?"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한참을 놀아준 뒤 하는 일은, 세탁기 돌리기입니다. 우리 집은 지금부터가 잠자기 준비입니다. 겨울철엔 건조해서 습도 조절을 잘 못하면 아이가 꼭 기침을 하기 때문에 저녁마다 반드시 빨래를 돌립니다. 그리고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가습기를 트는데, 가습기는 이틀에 한 번씩 구석구석 닦습니다.


 그러고 나면 이제 목욕 시간. 이를 닦고, 겨우 씻기고 방에 데려와서 로션을 발라줍니다.


 그 사이에도 아이는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합니다. 목욕이 다 끝나면 저는 샤워를 하고 아이는 그 사이에 책을 고릅니다.


 밤마다 미루는 책을 3권씩 읽어달라고 하는데 꼭 두꺼운 걸로만 고릅니다. 책을 읽는데 꼬박 30분 이상이 걸립니다.


 아이를 데리고 온 시간은 7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11시. 11시라면 아이한테는 꽤 늦은 시간입니다. 일찍 재우는 날도 있는데 요즘은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중간중간에 좀 쉬느라고 시간이 자꾸 늦어집니다. 오늘도 하루가 갑니다. 참 고단합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2월 1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6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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