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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저귀 풀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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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기저귀 풀러줘"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1.25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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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31_아이가 준비됐을 때

 "아빠, 축축해. 기저귀 좀 풀러줘"


 아이가 이제 44개월째인데 아직도 밤에는 기저귀를 찹니다. 한 때 잠시 기저귀를 푼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 사이 며칠 동안 침대위에 쉬를 몇 번씩 해서 밤잠을 설친 후론 아예 마음을 비웠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진작 기저귀를 떼었다지만 우리 아이는 아직 준비가 덜 됐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주쯤부터 또 다시 기저귀 떼기를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발단은 이렇습니다.


 아이 엄마가 자려고 누워서 기저귀를 해주려고 하는데 아이가 싫은 기색이더랍니다.
 그래서 기저귀 하지 말까? 하고 물었더니 아이가 "응, 나 불편해"하더랍니다.


 아이 이야기를 대충 흘려들었는지 아이 엄마는 불을 끄고 나서 자리에 누웠다가 또 기저귀를 채우려고 했답니다. 그랬더니 아이는 "엄마, 기저귀 안 하기로 했잖아"했고 그래서 정말 기저귀를 채우지 않았다는 겁니다.


 대신 아이 엄마는 아이를 화장실로 데려가서 오줌을 한 번 누게 하고, "오줌 마려 우면 오줌 마렵다고 말해야 돼, 알았지?"라면서 몇 번씩 다짐을 받은 후 잠이 들었습니다.


 그 후로 3일 동안 우리는 아이가 잠자기 직전에 꼭 오줌을 싸게 했습니다.


 잠을 자다 문득 문득 "미루야, 오줌 마려워?" 하고 아이한테 물어보곤 했습니다.


 아이는 잠에 겨워 제대로 서지도 못하면서도 아빠한테 안겨서 화장실로 가 오줌을 쌌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이제 더 이상 기저귀가 필요 없습니다.


 밥을 먹으면서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눴습니다.


 "인제 됐다. 미루가 완전히 기저귀를 뗀 거지?"
 "그러게 말이야."
 아이 엄마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너무 조급한 것도 문제지만, 아이가 준비가 됐는데도 그걸 알아채지 못하는 것도 문제래." 기저귀를 너무 빨리 떼려고 시도하는 것도 문제지만, 아이의 몸이 다 준비됐는데도 계속 기저귀를 채우는 것도 올바른 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구나 싶습니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애가 준비가 됐는지 안됐는지?"
 바보 같은 질문에 돌아온 아이 엄마의 현명한 대답은 "그러니까 열심히 관찰해야지"입니다. 맞습니다. 결국은 열심히 관찰하는 법뿐입니다. 기저귀 떼는 것 뿐만 아니라 모든 문제가 다 그렇습니다. 어쨌거나 우리는 미루가 드디어 기저귀를 뗐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습니다.


 근데 오늘 새벽 미루가 침대에 또 오줌을 쌌습니다. 관찰이 부족했나? 아, 이거 참 헷갈립니다.

 

 

 

◈ 이 기사는 2010년 1월 18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4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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