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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속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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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속상해'
  • 구로타임즈
  • 승인 2010.01.04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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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28 _ 화 풀게 하는 법
 아이가 소파에 앉아서 책을 보고 있는 제 옆을 지나서 소파 등받이 위로 올라가서 목말을 탑니다. 그 상태에서 몸을 잔뜩 앞으로 굽힙니다. 목과 등, 허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예전하고 달라져서 이제 18킬로그램을 훌쩍 넘은 아이 무게를 버티는 게 쉽지 않습니다.

 재빨리 다른 놀이로 바꾸는 게 제 몸에 좋을 것 같아서 급히 아이 옆구리를 간지럼 태웠습니다. "킥킥킥" 아이는 신이 나는 듯 곧바로 목 위에서 내려오더니 자기도 저를 간지럼 태웁니다.

 키득 거리면서 양손을 뻗어서 다가오는데 제가 틈을 보여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격을 했습니다. 아이의 배, 옆구리, 겨드랑이를 마구 간질이자 아이는 저한테 손도 못 댑니다. 그러다 아이가 토라졌습니다. 조금 있으니 이제 화가 나는 모양입니다. 입이 삐죽 나오고 씩씩거립니다. 얼굴은 굳어지고, 눈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미루야 왜? 재미없어?"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아빠에게 다가오더니 주먹을 쥐고 손을 들어 아빠를 때리는 표정을 합니다. "어허! 왜 아빠를 때리려고 해? 사람은 때리는 거 아니야 미루야." 예전에도 몇 번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은 때리는 거 아니야!"라고 단호하게 얘기하곤 했는데, 이번엔 좀 안 통합니다.

 분이 안 풀리는지 딴 소리를 합니다. "어린이 집에서 친구가 나를 막 때리고 꼬집었어."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마. 난 싫어! 라고 이야기해." "그래도 때리면?" "내가 방금 싫다고 했잖아. 싫다고 하면 안 하는 거야! 라고 이야기해." 가만히 보니까 아빠를 때리고 싶은데, 그게 옳은 일 같지는 않고, 그렇다고 분이 풀리지는 않으니까 자기만이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사람을 때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미루 마음이 이해가 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화가 날 수 있고 그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화가 난 감정표현은 되지만 그걸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건 단호하게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화가 난 아이의 감정은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고민이 돼서 책을 좀 뒤져봤는데, 좋은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화가 난 걸 풀어주기 위해서는 화난 걸 표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화가 좀 풀렸을 때 "나중에 화나면 이런 무서운 표정을 짓는 건 어때?"라고 제안해서 화났다는 의사표시를 확실히 하게 하거나 혹은 화났을 때는 '나 정말 화가 나!', '나 속상해' '나 답답해!' 같은 말을 쓸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는 겁니다.

 때리는 것 말고 표정이나 말로 화난 걸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 화난 아이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썩 괜찮은 우회로인 것 같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12월 28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31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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