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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애 때문에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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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애 때문에 힘들어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2.2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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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구 시민기자의 육아일기 26
 오랜만에 사촌 동생과 통화를 했습니다.

 "잘 지내냐" "네, 근데 애 땜에 힘들어요." "애가 몇 개월이지?" "20개월이요, 근데 미루는 잘 지내요?" 사촌동생은 딸아이가 20개월인데, 아이가 태어난 후 지금까지 계속 혼자서 아이를 보고 있습니다. 전화 너머 목소리가 약간 쉰 게 예전 같지가 않습니다. "미루는 어린이집 다녀요?"

 전화 통화 중에 고민이 있다면서 사촌동생이 한 이야기는, 자기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은데 20개월 밖에 안 된 아이를 보내는 게 엄마 혼자 편하려고 하는 것 같아서, 스스로 너무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어린이집 보내." "그래도 될까요?" "혼자 애 보느라고 아무것도 못하지? 어디 멀리를 제대로 못 나가잖아." "맞아요, 오빠 잘 아네." "극장을 한 번 제대로 가냐, 아니면 책을 한 권 제대로 읽을 수 있냐." 그러니까, 아이가 아니라 엄마 자신을 위해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맞다고 얘기해줬습니다. 20개월이나 혼자 키웠으면 이제 몇 시간쯤 자기 시간 가질 권리도 있는 거라고 말해줬습니다.

 "애가 울음 끝이 좀 긴 편인데 괜찮은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남편은 애가 이유 없이 우는 데 자꾸 안아주면 버릇 나빠진다면서 화를 낸답니다.

 근데 이유 없이 아이가 우는 경우는 없습니다. 20개월 정도 됐으면,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데 말을 못해서 답답하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니면 배가 고프거나, 속상한 일이 있거나, 이해 받지 못했거나 그런 것도 아니면 성장통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부모가 아이를 잘 관찰하고 우는 이유를 정확히 알아내는 겁니다. "그런 다음에, 니가 이러저러해서 지금 속상하구나."라고 말을 해주면 울음을 금세 그칠 거라고 얘기해줬습니다.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애가 말이 느린 건 어떻게 해요?" 애는 말이 느릴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으니까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옆에서 아이와 엄마의 활동을 아나운서가 스포츠 경기 생중계 방송하듯이 말해주면 금방 늘거라고 말해줬습니다.

 애가 물 달라고 하면, "물?" 이러지 말고 "우리 애기 물 먹고 싶어? 엄마가 컵에다가 물 따라 줄게. 자, 여기 물 있어. 물 먹는 거 도와줄까? 에구 꿀꺽꿀꺽 물 잘 마시네. 물 마시니까 인제 좀 나아졌어?" 이런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한참 얘기를 듣던 사촌동생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 육아공부 좀 해야겠다고 합니다. 저는 그러라고 했지만 책 읽는 거 힘들면 그냥 뒹굴거리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이 전혀 없이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들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낍니다. 엄마들의 건투를 빕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12월 14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9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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