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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솔잎'도 찾기 힘든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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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 솔잎'도 찾기 힘든 시대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10.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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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씨앗 92 _ 추석, 달라진 풍경들
 며칠 있으면 '민족의 대이동'을 만들어내는 추석이다.

 신종플루 걱정에 경제사정 때문에 예년만 못하다고들 하지만 벌써부터 차량의 흐름이 복잡하고 양손 가득 선물꾸러미 들고 가는 인파들을 바라보면 "그래도 명절은 명절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향에 가면 반가이 맞아주시는 부모님과 동네 어르신들이 계셔 푸근하다. 가족들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밤도 치고 차례 상에 올릴 음식들 준비도 분주하다. 집안 구석구석 보수할 곳을 찾아 수리하고 어머님 혼자 또는 아버님 혼자 계시니 이것저것 생필품 장도 봐야 한다.

 틈틈이 집 앞 잔디도 깍아놓아야 동네 어르신들 눈 밖에 나지 않으니 부지런해야 한다. 마늘밭도 갈고, 밭일, 논일도 거들어야 한다. 저녁에는 고향에 온 소꿉동무들도 만나서 술이라도 한잔 해야 하고 동네에서 열리는 '한가위맞이 노래자랑'에도 참석해 즐겁게 놀아야 한다. 고향집은 가족들이 모임으로 해서 오랜만에 시끌시끌하고 분주해진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은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좀처럼 고향에 갈일이 없어 서울에서 명절을 보내는데 그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진다. 고향에 갈 때는 먼 길에 가기 전부터 지쳐 있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이 그리워진다.

 그래도 서울에서 보내더라도 명절 대표음식은 직접 만들어볼 생각으로 송편을 만들려고 한다. 지난해 만들어보니 알맞게 익반죽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익반죽을 하여 동글동글 만들어 가운데를 파서 그곳에 미리 준비해둔 소를 넣는다.

 온 가족이 모여앉아 만들면 금방 만들지만 한두 사람이 하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 다 만들어 찜통에 찌게 되는데 이때 솔잎을 사용한다. 솔잎을 찜통 밑에 깔고 송편이 서로 닿지 않게 넣고 그 위에 솔잎으로 덮고 다시 송편, 솔잎 순서로 올린다.

 여기에 사용되는 솔잎의 역할은 송편이 달라붙지 않게 하거나 솔잎향이 배게 하는 역할도 있지만 다른 역할도 있다. 소나무에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다른 나무들의 10배정도 강하다고 하는데, 피톤치드는 공기 중의 곰팡이나 세균을 죽이고 해충, 잡초들이 식물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며 인간에 해로운 병원균을 없애준다고 한다.

 솔잎을 덮음으로 해서 송편에는 세균이 침범하지 못해 오래도록 부패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으니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다.

 그런데 요즘에는 솔잎도 맘껏 구할 수가 없다. 주변에서 소나무 보기도 어렵지만 가까이 소나무가 있다해도 사용해서는 안 될 것 같다. 소나무와 솔잎에 서식하는 벌레를 없애고자 방제약제를 살포해서 약제 성분이 솔잎에 남아있을 수 있다고 한다. 도시의 삶이란 이렇듯 팍팍하다. 꽃 하나, 나뭇잎 하나도 돈으로 사야하는 곳이다.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한가위, 온갖 근심걱정 모두 잊고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 김미영(전 구로생협 이사장)





◈ 이 기사는 2009년 10월 5일자 구로타임즈 신문 320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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