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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성미산마을을 만든 힘, 연대 나눔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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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희망①]성미산마을을 만든 힘, 연대 나눔 소통
  • 구로타임즈
  • 승인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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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_마을이 희망이다] 주민공동체의 위대한 힘, 마포구 성미산마을
▲ 마을주민이 만들고 참여하고 있는 바느질 공동체 기업, 한땀두레. 광목으로 만든 베개에 메밀을 넣고 있는 마을주민과 아이의 모습이 진지하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이 일들이 유독 마포구 성미산마을을 중심으로 가능했던 요인은 무엇일까.
 
 
 수많은 요인들이 있겠지만,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용기 있는 도전과 실천'이 가장 먼저 언급될만하다. 국내 최초의 공동육아 협동조합을 만들었던 도전과 실험이 바탕이 되지 않았다면 현재의 성미산마을도 있지 못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같은 성공적인 도전과 경험이 이후 친환경유기농 협동조합을 만들 때도, 도심 속 생태공동체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를 만들 때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던 것.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뿐인 바람이 아니라 주민들은 이같은 바람을 곧 실천으로 옮겼다. 진행과정에서 실패도 있었지만, 대부분 꿈을 현실로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아닌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스스로 기획자가 되고 지원자로 나섰다는 점도 굉장한 힘을 발휘한다.

 차 한잔, 술 한잔 마시다가 한 주민이 '이런 것 우리 마을에서 하고 싶다'고 제안하면, '좋다'고 거드는 주민이 나타난다. 이런 것들이 이 마을에서는 전혀 어색하지 않은 관계라고 주민들은 말한다.

 되살림가게 안 '한땀두레'에서 일하는 박순임 씨도 이런 문화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한다. "평소 바느질에 관심이 있었는데, 친한 아줌마들에게 '도와줄래?' 했어요. 그랬더니 정말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저도 물론 다른 사람들이 뭐 시작한다고 하면 출자해요. 친환경 카페인 작은나무'에도 출자했는 걸요. 처음에는 서로 달랐지만 생각을 나누다보니 이젠 비슷해지고 있다니까요."

 친환경유기농 반찬가게인 '동네부엌'도 이렇게 탄생했다고 한다.

 TV에서 '잘 먹고 잘사는 법'이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 마을에도 제대로 믿고 먹을 수 있는 반찬가게 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나왔고, 동네 주민들은 조금씩 돈을 모아 진짜 반찬가게를 만들었다.

 시민단체가 제공한 마을극장도 주민들이 '숟가락 기금'으로 완성했고, 주민들의 친환경유기농마실공간 '작은나무'도 주민들의 십시일반으로 거듭났다. 마을에 필요한 공간과 일이라고 생각되면,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쌀 한숟갈씩 덜어내듯 기금을 조금씩 내서 '현실'로 만들어나간 것이다. 적극적인 출자와 도움, 연대는 어느새 이 마을의 문화가 되었다.

 
 주민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연대는 2001년 서울시와 마포구 등의 행정권력으로부터 주민의 소중한 자산이라 판단한 '성미산'을 지켜내는 싸움과정과 결과에서 얻은 자신감도 한 몫 하고 있었다.

 주민들의 작은 힘이 모여 거대한 골리앗 같던 행정권력에 '유보'를 얻어냈던 경험이 이들에게 지금까지도 정신적 지주처럼 남아있는 것. 주민들이 스스로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은 이후 새로운 도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되고 있다. 든든한 성미산이 버티고 있는 한 이 자신감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1994년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립 이후 15년을 이어온 끈기 있는 마을 만들기에서 그 힘을 찾을 수 있다. 1990년대 중후반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든 후 2001년 두레생협에 이어, 현재 성미산마을의 많은 공간과 사업들은 약 10년이 지난 2000년 중반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2004년 성미산학교, 2005년 마포공동체라디오 방송국, 2007년 대동계와 되살림가게, 작은나무 그리고 사람과 마을, 2008년 꿈터택견, 2009년 마을극장….

 10년을 넘게 이어온 마을사람들의 끈끈한 관계가 있고, 10년을 넘게 함께 하나의 마을을 꿈꿔왔다면 불가능한 일은 없어 보인다. 1~2년 하다가 시들해지면 그만 두는 마을 만들기가 아닌 10년이 넘는 기간을 이어온 마을 만들기의 힘이 든든한 저력이 되고 있다.
 

 어느 누가 정치인으로 나서기 위해 시작한 마을이라면, 특정 정치세력이 정치적 이슈에 쉽게 접근하기 위해 시작한 마을이라면 이 모든 것이 가능하지 않았다.

 성미산마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성미산마을 사람들의 생활에서 필요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

 '사람과 마을'의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성미산마을은 환상적인 꿈의 공간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생활터전일 뿐이에요. 다른 지역처럼 지역운동단체가 마을 만들기를 주도한 것도 아니죠. 아이 잘 키워보겠다고 나선 부모들이 친해지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이랍니다"라고 설명했다.

 먹을거리, 교육, 육아, 환경, 살림살이, 자동차, 수다, 문화 등 삶에서 필요한 요소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것. 바로 이 일상적 생활로 엮인 관계들이었기에, 때로는 꼬장꼬장한 삶의 치부까지 함께 하는 공동체였기에 가능했다.


 이 모든 것은 사람에 의해, 사람을 위해, 사람이 만들어갔던 것. 나눔과 연대, 지원과 조력, 제안과 조직도 모두 성미산마을 사람이 만들어온 것이다. 그러나 보퉁 주민들이라면 제안도 나눔도 생소한 상황. 사람들을 하나로 엮고 온갖 궂은 일에 발벗고 나선 , 이른바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활동은 성미산마을의 씨앗이다.

 성미산학교 박복선 교장은 "마을 만들기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일이죠. 하지만 사업 초기에 의식적인 활동가들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죠. 성미산마을을 만드는데 평범한 주민들만 있었다면 쉽지 않았겠죠. 활동가들이 씨앗을 뿌려서 지금 이렇게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라고 봐요"라며 활동가의 역할에 의미를 부여했다.

 현재의 성미산마을에는 밤낮 없이 모여 주민들의 수다에 동참하고 남들이 하기 어려운 궂은 일에 발 벗고 나서며 마을 축제를 위해 주민동아리를 발굴하는 일에 나선 활동가들이 있었던 것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할 때 표결에 나서지 않는다. 다수안과 소수안을 만들어 끝장토론을 벌이는 것이 특징. 결정해야 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토론을 하는 것이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이를 두고 '성미산 민주주의'라고 일컫는다.

 위성남 운영위원장은 "다수결로 결정하고 나면 꼭 문제가 생기고 감정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합의할 때까지 토론을 벌이죠. 누군가 견해를 포기하거나 해결책을 합의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물론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지만 마음의 설득이 중요한 것이니까요."

 일상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총회나 회의 때 해결도 소통 중심이다. 사람이 다치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

 이러한 풍토는 외부와의 소통에서도 반영된다. 현재 마포에는 서울시와 마포구, 행정안전부가 파악한 것만 해도 172개의 비영리단체가 있고, 정부인증 사회적 기업이 8개가 있다고 한다. 성미산마을에도 지난해 시민단체 4곳이 들어왔고, 이들이 건물을 지으면서 공간을 기부했다.

 이 공간에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기 위해 마을 사람들은 토론하고 의견을 모으고, 시민단체와 상의하고 결정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마을극장'. 어느 곳 하나 마을사람들과 생각과 의견을 소통 하지 않은 채 만들어지는 법은 없다. <송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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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2009년 6월 15일자 305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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