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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웃사랑에 폭설 두렵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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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이웃사랑에 폭설 두렵지 않아요"
  • 구로타임즈
  • 승인 2001.03.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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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은 쓰레받기,

아주머니는 씽크대문짝,

아저씨는 중장비

아기엄마는 뜨거운 차로

폭설마저 녹인 시민의식의 생생한 현장



< 사진:가로형> 유치원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일심동체가 되어 눈을 치우고 있는 고척동대우아파트 '주민 가족'들.









지난 2월 13일 아침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지난 폭설처럼 인도나 차도가 눈 속에 파묻혀 버릴까 걱정 됐다.

오늘은 녹색가게(재활용센터) 매장 준비 관계로 고척동 대우아파트 부녀회(회장 최순희) 임원 전원이 작업을 하기로 했던 터라 오전 일찍부터 모여 기증 받은 난로를 옮겼고 주차장에 있는 튼튼한 옷걸이도 들여다 놓았다. 또 모아둔 가구도 먼지를 닦아 자리를 찾아 배치했고 상자에 있던 옷들도 옷걸이에 걸어두었다.

대충 정리를 하고 매장(상가)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제법 쌓였다. 쌓인 눈을 보고 부녀회 임원들은 서로 눈이 마주쳤다. 서로의 마음속에 눈을 치워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방도 되지 않는 곳에서 몇 시간동안 작업을 했기 때문에, 또 추운데다가 녹색가게를 단장한 일로 인해 배가 고파 누구도 먼저 '눈을 치웁시다' 라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말을 꺼내면 점심을 굶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우선 식사부터 했다. 차를 한 잔 마신 후 일어섰다. 드디어 눈 치우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모두들 이번엔 주민들의 협조를 구하자고 입을 모았다. 한 부녀회 임원은 주민들에게 방송을 하기 위해 관리소로, 다른 한 임원은 눈을 치울 청소도구를 모으기 위해 경비실, 기계실로, 뜨거운 차를 준비키 위해 집으로, 모든 임원이 각자의 위치로 향했다.

아파트관리직원외 안내방송을 할 수 없었던 터라 관리사무소장께 양해를 구해 부녀회에서 '눈 치우는 작업에 주민 모두 참여 해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방송을 두 차례 했다. 한 분, 두 분 관리사무소에 모였다. 준비한 연장과 삽, 곡괭이 등도 금새 임자를 만났다.

아파트 살림살이기에 눈을 치울 연장은 변변치 않았다. 101동 유치원생 수현이는 엄마와 함께 쓰레받기로 열심히 눈을 밀어냈고, 106동 아주머니는 싱크대 문짝을 주워 눈을 퍼 올렸다. 또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참여해 눈을 치웠다. 대우아파트 모든 식구가 가족사랑, 이웃사랑으로 마음이 어우러져 조금씩 정리가 됐다.

모두 지쳐가고 있을 때 111동 아저씨는 중장비를 갖고와 미처 치우지 못한 곳을 말끔히 치워줬다. 어떤 아기엄마는 뜨거운 차를 큰 주전자에 가득 끓여와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다. 동사무소에서 염화칼슘을 실은 차가 도착했을 때는 길이 말끔히 치워졌고, 어느덧 저녁때가 돼 오후 내내 고생했던 대우아파트 식구들은 가족과 이웃의 편안한 귀가길이 될 것에 흐뭇해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이번 폭설로 우리 동네는 서로 사랑을 나누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이 큰 기쁨이었다. 특히 인위적인 염화칼슘(약 5~7포)을 사용치 않아 구 예산 낭비도 막고 환경보호까지 하게 돼 더욱 흐뭇했고 기쁘기만 했다. 이 기회를 통해 함께 고생했던 고척동 대우아파트 주민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 이웃은 더욱 행복하며 살맛이 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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