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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82]"최고의 교육방식은 믿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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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82]"최고의 교육방식은 믿음이죠"
  • 송지현
  • 승인 2009.05.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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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추천릴레이 82 _ 권 차 순 (41·개봉동)
 1992년 결혼하면서 남편이 살고 있던 구로로 이사 온 권차순 씨. 시부모와 함께 17년째 한 집에서 동고동락을 하면서 살고 있다.

 올해 고등학생이 된 아들을 둔 엄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운 피부를 갖고 있어 그 비결이 궁금해졌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지만, 아이러니하게 피부가 약한 편이라 평생 화장을 거의 안했죠. 그냥 타고난 대로 물 흐르듯이 살아온 덕분이랄까요."

 권차순 씨의 이런 성격은 남매의 교육방법에도 고스란히 적용됐다.

 "아이가 선택한 것은 믿고 맡겨요. 큰 아이가 공고 가겠다고 선포했을 때도 반대 안했어요."

 '공고 가는 게 무엇이 문제?'라고 말하는 게 옳지만,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소위 남들이 인정하는 대학 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라고 믿어온 집안 분위기에서는 시부모와 아이 아빠의 반대도 당연했다고.

 이때 권차순 씨는 아들의 편을 들었다.

 "반대해서 인문계고등학교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아이가 선택한 길이 아니기 때문에 그 다음엔 아이가 스스로 책임지는 마음이 덜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는 권 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더니 스스로 미래 목표를 정하고, 대학 진학의 진로와 방법까지 정보를 입수하는 등 누구보다 적극적인 인생 개척에 나서고 있다.

 "중학생 때는 아침에 깨워 학교 보내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아침 6시반에 학교에 가요. 남들보다 일찍 가서 아침 시간을 활용하겠다면서…."

 어렸을 때부터 아이 스스로 정한 규칙, 부모와 맺은 약속은 끝까지 지키도록 교육을 해왔다고 권 씨는 말한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동네 아이들이 다 갖고 있다며 졸라대길래 아이 아빠가 사준 장난감총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로 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자신을 놀려대는 아이를 향해 장난감총을 쏘더니 스스로 엄마 권 씨에게 총을 가져왔다고. 그러곤 1주일 동안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못하도록 장롱위에 올려두었는데, 눈앞에 있는 장난감총을 할머니가 내려주겠다고 해도 단 한 번도 그 장난감총을 달라고 한 적이 없는 아이였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가 스스로 정한 진로와 계획대로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서고 있기 때문일까. 아침 일찍 학교로 향하는 아이의 얼굴에는 행복과 자신감이 넘쳐 보여 든든하다고.

 말로는 가장 쉽다는 교육방식, '믿음'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어려운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다 안다. 그 어려운 실천을 호들갑스럽게 자랑할 만도 하건만 권 씨는 모두 아이가 스스로 잘 자란 덕분이라며 차분한 목소리로 몸을 낮췄다.

 경쟁만이 살길이라고 외치고 있는 요즘 교육풍토에 뜨끔한 일침을 가하는 권 씨의 교육철학이 반갑기만 하다.





◈ 이 기사는 2009년 4월 27일자 298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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